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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

초등4학년 사칙연산

by Charim

학원 수학 선생님인 친구로부터 1년 치 5학년 연산문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매일 아침에 국, 영, 수 일일 공부를 곧잘 마치던 아이가 오늘은 수학 3쪽으로 1시간 반을 잡고 있습니다.


'쉽지 않겠다...'


채점을 하니 진짜 하기 싫었나 보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아이에게 화가 났습니다.


다시 풀게 했습니다. 채점 후 다시 풀게 했습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아이는 울상이 되어 방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침에 점신엔 우동을 먹고 싶다던 우동을 끓여 점심 먹자고 불렀습니다.

"괜찮아졌어?"

"아깐 너무 속상했어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힘들어요."

"그래 좀 쉬고 다시 해보자. "


점심을 먹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맘 같지 않고 익숙하지 않으니 어려워서 그럴 거야."

"사칙연산이?"

"구구단이 문제일 수 있고..."

"4학년인데?"

"확인해 봐~. 그게 아니면 이런 문제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어. 처음엔 당연히 익숙하지 않으니 어려울 수 있지."

"사칙연산인데?"

"그럼~ 익숙해질 때까지 매일매일 그렇게 그 문제들을 1년을 풀어야 괜찮아지고 익숙해져. 근데 이 과정은 선행보다 먼저 꼭 필요해"

"응. 일단 구구단 확인해 보고 다시 기다려볼게."

전화를 끊고 생각해 봤습니다.

학교진도 위주의 문제들만 풀었고, 종종 나오는 문제의 답을 찾느라 푸는 사칙연산이 전부였던 아이에게 사칙연산만 있는 문제집은 힘들고 싫고 재미가 없을 수 있겠다란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의 말대로 구구단을 확인해 보기 위해 집에 있는 주사위를 찾아 주사위를 굴리고 나온 수를 곱하게 했습니다.

처음엔 두 개로 다음엔 세 개로 그리고 네 개로 곱하기 수를 늘려갔습니다.

익숙한 주사위는 재미있는지 바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문제집을 주었습니다.

"다르지 않다는 거 알 것 같지?"

"한 번 해볼게요."

전보다 빨라지고 흥미를 갖고 풀기 시작했습니다.

10시에 시작한 사칙연산 공부는 4시 40분이 되고 100점 시험지를 들고 서로 소리를 지른 후에야 종료가 되었습니다.


너도 나도 우리 참.

" 오늘 엄마 참 힘들었지?"

" 엄청~ 문제로 스트레스 3배는 받은 거 같아요. 그래도 마지막에 정말 뿌듯하고 좋았어요."

"이렇게 앞으로 계속될 거야. 그래도 너에게 문제를 발견하면 그때부턴 쉬워져. 엄만 네가 무엇 때문에 틀리는지 찾길 바랐어. 찾은 거 같아?"

" 네. 좀 찾은 거 같아요. 그래도 내일 되면 또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할만한 것 같아요."

" 다행이네~ 기특하다. "



이렇게 아이에게 말했지만 그 시간 동안 평화롭진 못했습니다. 그 시간 내내 '이게 맞나?'를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았습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땐 상대의 기준과 상대의 관점을 맞추어야 도와줄 것을 찾을 수가 있다는 걸 자주 잊습니다. 이 마음이 먼저였다면 오늘과 같이 시간은 걸리더라도 둘 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저도 앞으로는 좀 쉬워질까요?


내일은 드디어 아이의 친구가 집으로 오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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