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의 즐거움
저의 최고난도 종이접기는 학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쯤 저의 학 접기 실력을 보며 놀라워했던 입모양이 기억이 납니다.
마주 보는 두 선 접기를 가장 어려워했던 아이는 자신의 완성품을 보며 늘 아쉬워했습니다.
최근 도서관에서 빌린 종이접기 책을 가지고 와서 함께 접어보자고 합니다.
단,
이 종이접기 책은 먼저 익혀야 할 과정이 있다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토끼 접기입니다.
태어나 이렇게 어려운 종이접기는 처음입니다.
아이에게 처음으로 무언가를 상세히 배워봅니다.
이렇게 못하는데 어쩌면 저렇게 친절하고 즐겁게 설명해 주나... 싶어 그간 학습하며 가르쳤던 저를 반성했습니다. '정말... 잘하고 싶은데 안 되는 걸 어쩌나요~' 하는 마음이 공감되었습니다.
하다 조금 찢어져서 속상해하는데, "엄마는 찢어져도 하트네~" 하는 말에 '푸핫‘하며 용기를 얻는 제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색종이 하나를 들고 50분 동안 접고접고접으니 어느새 꽃토끼가 완성되었습니다.
너무 뿌듯하여 연두색 종이 위에 두 마리를 올려놓았습니다. 그랬더니 방에 가서 언제 접어 놓았는지 모를 동물들을 갖고 왔습니다. 풀을 그려 붙이고 시내를 그리고 물고리를 그려 풍성하게 숲 속을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색종이를 접한 건 아마도 5~6살쯤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좌절하지 않고 엄마를 가르칠 정도로 해오고 있었던 아이의 시간들과 그토록 쌓여있었던 접어진 종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무언가 하다가 안되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포기도 실력이고 용기다.'
라는 말을 저 역시 늘 듣고 지냅니다. 때로는 스스로 그렇게 설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너무 오래 걸려서 그렇지 하다 보면 그 길이 내 길로 만들어지고 정성을 쏟다 보면 나를 닮아 있고 생명이 없던 그 일이 나를 즐겁게 살리고 있음을 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크게 다가옵니다.
어찌 보면 고작 종이 접기이지만, 고작에 시간과 열정 그리고 사랑으로 감싸는 힘이 자신에게 있음을 저보다 조금 더 먼저 알아차리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