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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려는 이유는 어떤 마음에서 시작하는 걸까요?

귀여우니까!

by Charim

저학년 때는 학교에서 관찰일지를 써야 하는 이유로 여러 식물들을 갖고 왔습니다.

이런 경력이 있던 아이는 씨를 심어 보고 실패하고 싹이 나왔다 멈추기를 반복하여도 계속 식물 키우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최근에는 토마토도 나오고, 콩도 뿌리를 내어 싹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강아지, 고양이, 이구아나, 거북이, 햄스터, 토끼, 도마뱀등 많은 애완동물 키우기를 부탁했지만 완고한 아빠의 거절에 부딪힌 아이는 씨를 갖고 와 발아시켜 싹이 나면 식물에 이름을 붙인 후 매일 착실하게 돌봐주고 있습니다.


이 모습이 마음에 계속 걸렸습니다.

고양이를 가장 좋아하는 아이에게 오늘은 고양이카페 방문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고양이를 대하는 방법을 모르는 우리는 꼼꼼히 글을 읽고 카페에 들어가 고양이들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사진과 그림으로만 보던 고양이들이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했습니다.

눈이 마주친 고양이가 저에게 다가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최대한 상냥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꼬리를 두 번 흔들면 상대가 마음에 든다는 표시라고 아이가 알려주었습니다. 정말로 그런 표시를 보낸 고양이들은 저를 따라다니며 근처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강아지와는 사뭇 다른 무드를 가진 고양이도 많은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유난히 아이를 따르는 고양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모습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올 때쯤 되니 언제 이렇게나 많은 털이 붙었는지 큰 고양이들이 된 것 같았습니다. 깔끔이 정리를 하고 오늘 만난 고양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차가워진 몸을 녹이려 집 근처 도서관으로 잠시 들어왔습니다.

"들어온 김에 한 시간만 읽고 가요!"

"좋지~"

제목과 인트로 글에 끌려 집어든 도서를 훑어보다 아이 옆자리로 가져야 쭉 읽게 되었습니다.

'와! 브러치 작가님이다.'와닿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추위를 피해 들어온 곳에서 아이는 외계인을 만났고 저는 브런치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근데, 식물은 왜 키우는 거야?"

" 귀엽잖아요."

"그럼 고양이도?"

"네! 귀엽잖아요. 엄마는 저 왜 키워요?"

"응?"

"귀여워서 키우는 거 아니에요?"

"헉! 응? 으하하하핳하하하하핳"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는 아이를 왜 키우는 거예요?"

"우리에게 왔잖아요." 그리고 "예쁘잖아요~!"

"으하하하하하하"

"거바요~ 제 말이 맞잖아요!"

"하하핳하하하핳"


한 참을 웃은 후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들어서 생각이 멈췄습니다.

우문현답이었습니다.

틀린 질문에도 아이와 아빠는 친절하고 솔직한 답을 내주었습니다.

내일부터 저도 귀여운 식물들을 한 번 더 보고 귀여운 아이와도 더 깊게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귀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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