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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환경에서

프레임 벗기

by Charim

우리가 만날 장소는 '을지다락'이란 음식점입니다.

명동에 하차를 하면 매번 명동성당 쪽으로만 다녔습니다. 만남의 장소 덕분에 반대방향으로 가면 을지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을지로'라는 길을 걸어보았습니다.


보통 명함이나 지류 인쇄물은 충무로나 방산시장 인쇄소에 의뢰했었는데 이곳도 인쇄소가 골목골목 많았습니다. 골목길 곳곳엔 핫한 커피집과 음식점이 크고 작은 인쇄소와 섞여있는 모습이 독특해 보였습니다.


길안내 속 나의 위치는 을지다락 앞인데 보이는 것은 근사한 일본 스타일 빵집만 있습니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도착한 우리는 홀리듯 빵집 안에서 구경 중입니다. 우와 아아아 아~

빵집을 나와 다시 앱을 켜도 그 자리가 음식점이라 표시합니다. 아하! 빵집 바로 옆에 좁고 긴 계단이 음식점 입구였습니다. 1층을 지나 2층을 지나 3층에 옥상이 나올 것 같은 상아색 철문이 나옵니다. 문을 열어 계단을 올라가니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묘사된 듯한 다른 느낌의 공간이 짠 나타났습니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업이 업인지라... 재료를 어떻게 옮기나... 걱정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이 장소에 업장을 오픈하여 일을 이끄는 그들이 멋집니다!!

아이와 나, 지인과 지인 아이와 식사를 하며 친해져 갈 즈음 2차 갈 곳을 정해 봅니다.

"만화방!?"

어려서 만화방에 대한 추억이 없었던 저는 이참에 만화방을 방문했습니다. 우와 아아아 아

넷플릭스, 티빙, 유튜브, 디즈니를 볼 수 있는 방들이 있고, 만화책들이 있고, 보드게임들이 있고, 분식, 간식, 음료수가 있습니다. 엄청난 곳이었습니다.


지인과 저는 누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들은 이제야 은밀히 그들의 언어로 할 이야기들이 생겼고, 우리도 우리의 이야기를 할 공간이 생겼습니다.

어려움이 있었던 지인의 삶을 귀 기울이던 중 사방이 막혀있다고 생각이 들면 뚫려 있는 하늘을 보라는 말과 내가 들고 있는 칼을 잘 다루면 나를 도우나 칼을 잘못 잡으면 순식간에 베인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합니다.

나를 내려놓고 아이를 따라가기에 집중할 것.

이런 과정에선 효율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 존재합니다. 일상에서 가정과 학교의 프레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에게 다른 것도 함께 알아가 보자는 의미의 시간이기에 아이의 프레임에 들어가 보는 선택을 합니다. 이 선택은 엄마의 방법이었기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아이를 따라다니며 오늘 보너스로 얻은 것들

매일 다니던 명동길을 조금 틀면 을지로라는 것.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하니 모르는 단어들이 오가는 것. 내가 아이에 대해 1/3은 알고 있는 걸까??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 보아야겠다.

내 손엔 항상 칼이 들려있었다. 손잡이를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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