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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Sep 15. 2016

루꼴라

채소 천천히 접근하기

피자 위에 뿌려진 루꼴라를 걷어내고 먹었었다.

고수보다는 약했지만 향과 맛이 좋게 다가오지 않았다.


기술박물관에 함께 있는 카페테리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어갔다.

*잠깐 독일 기술 박물관 - 독일의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곳.

내용과 규모면으로~!

기차의 아랫 면을 볼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둔 것과 눈 높이에서 철도를 보고 있다는 것이 대단히 대단해 보였다.

여러 도구로 만들어진 모형 도시인데(컴퓨터로 운행이 될 수 있도록 철도도 실제와 같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독일에 계속 머물게 되면 우리 집에도 슬슬 이런 것들이 모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을 아주아주 몹시 기다리고 있다.

이 시대에도 꾸준히 수공업이 만들어지고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당시에도 기차의 칸은 나뉘어져 있었다는...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생각으로 채소와 햄 파니니를 시켰다.

파니니에 고기 하나 없는데 너무 맛있다. 신기할 정도여서 (심지어 루꼴라도 들었는데!) 허기가 진 것도 잊은 채 메모하기 시작했다.

크림치즈를 베이스에 깔고 루꼴라와 모차렐라 치즈, 가지와 호박, 파프리카를 올리브 유에 발라 구워 샌드 시킨 듯했다. 물론 크림치즈엔 그 가게에 맞게 여러 간이 맞춰져 있었다.

채소가 올리브유에 잘 구워진 것인지 향이 좋은 올리브 유를 이용한 건지 모르지만 채소를 씹을 때마다 그 향이 느껴졌고, 과하거나 덜하지 않은 치즈 양도 좋았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가게여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채소만으로도 온전히 맛있는 한 그릇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요즘 이런 기회는 많은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운이 좋게도 들린 마트엔 루꼴라가 세일한다.

가지와 파프리카도 사고 크림치즈도 샀다.


우리 집은 샌드위치 누르는 기계가 없으니 오븐으로

구운 빵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루꼴라를 올리고 올리브 유를 바른 구운 가지와 파프리카를 올리고 치즈를 올리고 따로 간을 하지 않는 대신 마요네즈를 한 줄 그었다.

옷!

맛있다.

맛있다.

루꼴라가 좋지 않았던 나는 살짝 익혀진 씁쓸하고 치즈에 섞인 루꼴라 맛이 좋게 느껴졌다.

 

외국인이 보통 한국의 깻잎을 나와 같은 이질적인 향으로 느낀다고 하는데 익혀서 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두부를 간 없이 튀겨 만든 샐러드

루꼴라, 치즈, 튀긴 두부, 바살믹 소스(발사믹 초, 올리브유, 파슬리, 꿀, 다진 양파(샬롯))를 얹어 먹으니 별미다.  생 루꼴라는 발사믹 드레싱과 조화로웠다.

채식과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음식에 대해서는 늘 관심을 가지게 된다.

조리 방법에 따라 채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게 되는 계기를 만난 건 꿀 같은 기분이다.

같은 재료인데 조리 방법에 따라 맛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 채소의 큰 매력인 것 같다.

갖은 양념으로 먹었던 맛있는 채소들을 민낯으로 만나니 처음엔 좀... 어려웠지만

양념을 벗겨놓고 보니 흰 도화지 마냥 만드는 대로 달라지는 부류이기도 하더라.

심지어 조리시간도 짧아지고 몸도 가벼워지고 양념도 날씬해진다.

건강식과 연관된 음식과 조리법을 탐구하고 싶게 유혹도 하는 팔색조 채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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