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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Oct 24. 2016

레고 대신 빨래집게

손가락을 이용하여 놀 수 있게 된 아이의 장난감

26개월이 된 아이는 이름만 아는 빨강, 파랑, 노랑의 이름을 부른다. 아이에겐 빨강도 노랑이 될 수 있고 노랑도 파랑이 될 수 있다.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3가지 색상을 띤 빨래집게를 들고 와 같은 색끼리 묶고 알려주었다. 

나의 기획의도는 소득이 없었지만 빨래집게로 더 재밌는 놀이를 아이가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컵 쌓기에 다리를 달아주었더니 공룡이라며 좋아한다. 

친구들을 위에 올려보기도 하고 잠잔다며 옆에 두거나 안에 넣어 두기도 한다. 

아이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집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연결할 수 있는 정교함도 생겼다.

바퀴는 없지만 빨래집게는 아이가 내는 소리에 따라 비행기도 되고 기차도 되고 심지어 다양한 자동차도 될 수 있다.  만일 집게 하나가 분리되면 울면서 분리된 비행기를 두 손에 들고 와 비행기가... 비행기가... 하며 울먹인다. 

"맙소사...이 일은 아이에겐 큰일이 벌어진 것이다." 너무 귀엽다. 

물론 모양이 망가지면 여전히 속은 상해 하지만 다시 고칠 수 있다는 걸 알아낸 후론 더 이상 충격에 빠지진 않는 듯하다. 

놀이가 모두 마치면 빨래집게를 분리하고 통 안에 넣고는 꽃이라 부르고 아이가 위치한 자리에 항상 둔다. 그리곤 또 만나자고 인사를 한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인상적이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명사들에 국한해 사고하는 습관들이 굳어져 그 물건이 지닌 것을 다양하게 더 이상 생각해 내지 못한다.  실은 더 연구하고 상상해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아이에게 가르쳐 준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집게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용법이었고 놀이를 아이답게 만들어 내는 건 아이의 것이었다. 

역시 다시 깨닫게 되는 건, 부모의 역할이었다. 


우리 집 빨래집게는 개수가 줄었지만 아이도 나도 서로 잘 아껴가며 역할에 충실한 빨래집게로 이용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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