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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음 Oct 03. 2022

XX 동물병원입니다. 누리 마취 들어갔습니다.

EP.1


어딜 가든 옆에 찰싹 달라붙어 다니는 김누리.


여느 날과 같이 옆에 와서 벌러덩 드러누워 만져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아랫배를 문질문질 하던 중 뭔가 만져져서 보니 작은 구슬만 한 크기의 몽우리가 잡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노령견들에게 많이 생기는 지방종이라고 한다. 다행히 수술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후기들이 많이 보여 안심을 했다.


반려견도 6개월에 한 번씩 대자연의 날이 온다. 어릴 때 중성화 수술을 해주지만 누리는 중성화 수술을 안 했다. 일부러 안 시켰다. 간단한 수술이지만 그래도 작은 생명인데 괜히 아프게 하기가 싫었다. 그날이 되면 이불 곳곳에 작게나마 흔적을 남기지만 이불 그까이꺼 빨면 그만이라 불편하지는 않았다.

반려견 생리대도 있긴 하지만, 처음에 몇 번 채워 줘 봤는데 불편해 보여 지금껏 사용하지 않는다.




며칠 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누리의 아랫배에 있는 구슬만  크기의 몽우리는 정확하게 밝혀진것은 없지만 비만이나 노령견 또는 중성화 수술을   아이들에게 생기는 지방종이라고 한다. 수술을 하게 되면 중성화 수술과 지방종 제거 수술을 같이 하는것이 좋다고 하셨다. 그래도 아직은 크기가 작으니 경과  지켜보고 추후에 수술을 해도 된다고 하셔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석 달 뒤. 크기가 조금씩 커져서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고 지난주 누리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10일뒤 10월 1일 10시 수술 예약.



토요일 이른 아침.


병원에 도착했다. 오전엔 수액을 맞고 두 시경 수술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누리만 병원에 혼자 두고 집으로 오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


누리를 처음 본건 6년 전.


누리는 유기견이었다. 박스에 담겨 쓰레기통에 버려진걸 지인이 발견하곤 데려왔는데, 지인들과 있을 땐 벌벌 떨던 누리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다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 뒤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그 뒤로 누리는 우리와 식구가 되었다.​


지금껏 같이 지내며 사고 친적도 없었고, 잔병치레 없이 잘 지내왔었는데 막상 수술 당일이 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날까지도 수술을 하지 말까 수천번 고민했었다.

​​



두시반쯤 문자 한 통이 왔다.

[Web발신]

XX 동물병원입니다. 누리 마취 들어갔습니다. 수술 잘 끝내고 회복 체크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뒤로 서너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해볼까, 병원에 가볼까 하다가 그냥 기다려보기로 했다.

6시경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누리 수술 잘 마치고 회복 중입니다,

오셔서 데려가시면 돼요~”

불안함과 걱정스러운 맘에 하루 종일 뭐하나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전화 한 통에 맘 졸이며 있었던 시간들이 싹 다 씻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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