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어딜 가든 옆에 찰싹 달라붙어 다니는 김누리.
여느 날과 같이 옆에 와서 벌러덩 드러누워 만져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아랫배를 문질문질 하던 중 뭔가 만져져서 보니 작은 구슬만 한 크기의 몽우리가 잡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노령견들에게 많이 생기는 지방종이라고 한다. 다행히 수술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후기들이 많이 보여 안심을 했다.
반려견도 6개월에 한 번씩 대자연의 날이 온다. 어릴 때 중성화 수술을 해주지만 누리는 중성화 수술을 안 했다. 일부러 안 시켰다. 간단한 수술이지만 그래도 작은 생명인데 괜히 아프게 하기가 싫었다. 그날이 되면 이불 곳곳에 작게나마 흔적을 남기지만 이불 그까이꺼 빨면 그만이라 불편하지는 않았다.
반려견 생리대도 있긴 하지만, 처음에 몇 번 채워 줘 봤는데 불편해 보여 지금껏 사용하지 않는다.
며칠 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누리의 아랫배에 있는 구슬만 한 크기의 몽우리는 정확하게 밝혀진것은 없지만 비만이나 노령견 또는 중성화 수술을 안 한 아이들에게 생기는 지방종이라고 한다. 수술을 하게 되면 중성화 수술과 지방종 제거 수술을 같이 하는것이 좋다고 하셨다. 그래도 아직은 크기가 작으니 경과 좀 지켜보고 추후에 수술을 해도 된다고 하셔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석 달 뒤. 크기가 조금씩 커져서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고 지난주 누리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10일뒤 10월 1일 10시 수술 예약.
토요일 이른 아침.
병원에 도착했다. 오전엔 수액을 맞고 두 시경 수술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누리만 병원에 혼자 두고 집으로 오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누리를 처음 본건 6년 전.
누리는 유기견이었다. 박스에 담겨 쓰레기통에 버려진걸 지인이 발견하곤 데려왔는데, 지인들과 있을 땐 벌벌 떨던 누리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다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 뒤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그 뒤로 누리는 우리와 식구가 되었다.
지금껏 같이 지내며 사고 친적도 없었고, 잔병치레 없이 잘 지내왔었는데 막상 수술 당일이 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날까지도 수술을 하지 말까 수천번 고민했었다.
[Web발신]
XX 동물병원입니다. 누리 마취 들어갔습니다. 수술 잘 끝내고 회복 체크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뒤로 서너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해볼까, 병원에 가볼까 하다가 그냥 기다려보기로 했다.
6시경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누리 수술 잘 마치고 회복 중입니다,
오셔서 데려가시면 돼요~”
불안함과 걱정스러운 맘에 하루 종일 뭐하나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전화 한 통에 맘 졸이며 있었던 시간들이 싹 다 씻겨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