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모음 Jun 27. 2021

반려견과의 첫번째 동거

어릴적 흰둥이와의 추억





얼마 전 눈에 띄는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반려인 1500만 명 시대’ 국민 4명 중 1명은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운다. 나도 그중 1명이고,

우리 집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현관 앞에서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신나게 뛰어와 꼬리를 흔들며 폴짝폴짝 뛰어서 나를 격하게 반겨주는 모습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며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혼자 집에 들어가면 반겨주는 이는 없고 가끔 외롭기도 한 공간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주고, 커다란 위로가 되어준다.



어렸을 땐 명절날이나 방학이 되면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자주 갔었다. 경기도 광주가 아닌 전라도 광주여서 차도 많이 막히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라 힘들기도 했지만, 도착하면 제일 먼저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 주었다. 그 뒤론 강아지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설레었고 시골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또다시 시골에 갔을 땐, 일명 백구의 식구들이 늘어나 있었다.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새끼들이 세 마리나 생긴 것이다.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오는 새끼 강아지들이 너무 귀여웠다. 덩치 큰 백구만 보다가 새끼 강아지를 보고 난 뒤 그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시골에서 올라온 뒤에도 새끼 강아지들이 눈에 아른거려 데려와서 키우자고 몇 번이며 떼를 쓰며 졸라봤지만 부모님은 반대를 하셨다. 시골에선 그냥 풀어놓고 키우지만 집에서 키우려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 두 분 다 일을 하셔서 나 혼자로는 감당할 수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10살쯤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 집뿐만 아니라 어느 시골집에 가더라도 이웃집 대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그리고 대문 앞에 진돗개 한 마리씩은 꼭 있었다. 집 앞을 나와 돌아다니다 담벼락 너머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이 움직였다. 어릴 적이라 뭣도 모르고 대문 앞을 지키던 진돗개를 만지려고 다가가는 순간 으르렁거리며 갑자기 나한테 달려들었다. 나는 놀라서 멈춰 섰고, 다행히도 목줄에 묶여있어서 해를 입진 않았다. 어린 나는 처음으로 강아지가 무서워졌다. 그 후론 짖거나 덩치 큰 강아지들을 보면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겼고 더 이상 부모님께 강아지를 키우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되어서
어쩌다 보니 반려견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아직도 그때가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는 그 사람이 원한다면 하늘의 별도 따다 줄 만큼 참 순수했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아무 생각 없이 데려왔으니 말이다.

털갈이가 심하지 않고, 애교도 많다고 해서 데려온 2개월 조금 안된 암컷 시츄였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냥 흰둥이라고 지었던 것 같다.

집에 데려온 그날 밤엔 설레는 맘에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아침이 되어 보니 흰둥이는 아직도 곤히 자고 있었다. 혹시나 부족할까 사료와 물을 잔뜩 챙겨주고 나는 출근을 했다. 첫 반려견이라 그런지 출근하자마자 퇴근 시간이 되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시간은 더디게 갔고, 혼자서 잘 놀고 있는지, 밥은 먹고 있는지 온통 흰둥이 생각으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흰둥이 보러 갈 생각에 완전 신나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여는 순간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흰둥이가 반겨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문을 여는 순간 상상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졌다.

깨끗했던 거실은 똥과 오줌을 밟고 다닌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있고, 방안에 사료들과, 물을 담아두었던 그릇들은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은 축축이 젖어있었다.

생각과는 다른 현실에 잠시 동안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몇 시간 같이 있었다고 우리가 주인인 줄은 아는지 여기저기 난장판 되어있는 방에서 해맑게 꼬리를 흔들며 뛰어온다. 하지만 발바닥에 묻어있는 똥이며 털도 뒤엉켜 있어서 섣불리 만질 수도 없었다.


그렇게 난리가 난 집을 우리는 웃으면서 하나둘씩 치우기 시작했다. 두세 시간이 지나 집은 원래 상태로 돌아왔고 흰둥이도 말끔하게 목욕을 시켜 주었다. 씻고 나니 기분이 좋은지 한껏 애교를 부리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벌러덩 누워서 잘 준비를 한다. 우리도 그 옆에 누워 흰둥이가 깰까 봐 만지지는 않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설레면서도 힘들었던 하루가 지나갔다.




우린 둘 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었다.

마냥 귀여운 줄만 알고 데려온 반려견과의 동거는

생각과는 많이 달랐고 후회도 했다.

며칠 뒤 친구가 데려가기로 했지만 오늘처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니 매일같이 이러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잘 키울 수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우린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우린 서로 말은 안 했지만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반려견 흰둥이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