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대리 Mar 07. 2024

결혼상대 찾기보다 더 어려운

괜찮은 스타트업 찾기

요즘 스타트업 생태계는 참 많이들 ‘어렵다’ 고 한다. 그런데도 한 편에서는 ‘살만하다’ 고 하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현업에 있는 나로서는 ‘글쎄.. ’ 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은 창업하기 좋은 시대’라는 것이다.


현업에 있으면서 정말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많은 스타트업들도 생겼지만 스타트업을 돕거나 스타트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여금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겼다. 그 가운데 액셀러레이팅 (나와 같은 혹은 내가 몸을 담고 있는 회사와 같은) 곳이나 벤처 투자사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하는 기업 또는 금융사, 개인투자자 등) 혹은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관련된 정부기관 ~ 교육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많이 생겼다. 문제는 ‘많이’ 다. 나는 항상 무엇이든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편인데 지금 스타트업 업계는 질보다는 양에 가깝다. 그래서 정말 좋은 회사들을 만나기가 힘들고, 하늘에 별따기다.


지인들이 종종 ‘이런 스타트업 어때?’ , ‘여기 회사 평판 알아?’ 라며 나에게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러나 내가 그 회사의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도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그저 스타트업 업계에서 활성화된 투자 혹은 정보 플랫폼에 검색을 하거나 이미 유료화된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이트에서 찾는 일이 전부이다. 무언가 연구원처럼 엄청난 리서치를 하거나 인맥을 대동하여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낼 수 없다. 회사에 대한 평판을 묻는 지인들이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무감각했던 나도 이직을 결심하고부터는 반대로 내 지인들에게 ‘이곳은 어때!?’ 라며 먼저 묻곤 한다. 그만큼 작년보다 새로운 회사들도 많이 생겼고, 1인 기업이었다가 규모가 커져서 사업 확대를 하며 채용을 늘리는 기업도 많아졌다.


문제는 그냥 많아지기만 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A 기업은 잘 나가는 핀테크 기업으로 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대거 영입되고 있었다. 심지어 보육공간 내에서도 늘 성과를 독차지하며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로 투자를 대대적으로 받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문제는 바로 대표의 가스라이팅과 고압적인 태도였다. 8시 50분쯤 되었을 때,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1층부터 5층까지 비상구로 뛰어올라가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핸드폰으로 시간을 수시 체크하며 벌벌 떠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인가? 했는데 매일 아침 9시에 대표와 전 직원들이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9시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벌금을 내거나 1:1 대표와 면담을 하는 것이었다. 벌금을 내면 내고, 면담을 하면 하는 것인데 왜들 그리 학교에서 지각하면 맞을까 봐 두려워하는 학생처럼 그럴까 싶었다. 직원들이 벌벌 떠는 이유를 그리 늦지 않게 알 수 있었는데 1:1로 직원의 사생활 - 개인적인 콤플렉스 - 업무 - 가정사까지 들먹이면서 비난에 비난을 거듭하는 대표를 보니 나 역시도 오금이 저렸다. 사회 초년생인 직원들은 오죽할까. 심지어 남자 직원들에게는 욕도 서슴지 않았다. 그 대표의 나이는 겨우 30대 초반이었다. 얼마가지 않아서 그 회사에 전 직원들이 퇴사를 했고, 그 회사는 지금 정부지원사업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 되었다.


B 기업은 삼성 출신의 대표가 고작 3명과 함께 제조업으로 설립한 회사다. 있는 돈 없는 돈을 탈탈 털어서 만든 회사였는데 하필 기기 제조업이다 보니 초기 자금부터 비용이 꽤 들어갔고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좋은 직원들도 많이 놓쳤다. 사무실도 옮겨 다니기 바빴고, 성과가 없으니 지원사업에 선정될 리도 만무했다. 당시 대표님의 나이가 50대였다. 얼마 남지 않은 정예 멤버들 3명을 데리고 최저임금에 매일 직원들에게 빌다시피 그리고 잘해보자며 조금만 버텨달라고 한 것이 5년이 되던 해에 제품을 완성하더니 투자와 수주가 한꺼번에 이루어졌다. 그 한 번으로 매 년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었고, 어떤 선정사업이든 늘 제일 우수기업으로 선발되었다. 투자자들도 두 팔 벌려서 환영이었고, 대표는 바빠졌다. 직원들은 늘어갔고, 이제 그 회사는 상장을 앞두고 있다. 회사가 어느 정도 투자를 받았을 무렵 자금적으로 조금 안정이 되자 대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바로 최정예 멤버들 초창기에 힘듦을 같이한 직원 3명에게 각각 자가를 선물하였다. 그 대표님은 매니저, 사원, 대리 어느 누구에게도 늘 친절하고 늘 바쁘셨고 늘 겸손했다.


두 기업은 모두 스타트업으로 출발했고 그 끝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생각보다 A 기업은 참 많은데 B 기업과 같은 곳을 알아보고 입사하고 지원하는 것이 참 어렵다.

왜일까? 들여다보면 나는 ‘LG의 마케팅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창 LG 그램이 각광을 받기 전부터 LG의 뛰어난 기술력을 홍보팀이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나는 웃픈 이야기들이 언급된 적이 있었다. 왜 그렇게 뛰어난 능력을 펼치지 않는 것일까? 사실 생각해 보면 올라운드로 잘하기가 쉽지 않은 곳들은 한곳에 집중을 하고 그 한 곳은 보이기보다는 내실을 쌓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채용공고에 복지 문화를 널리 알리는 대신에 명확하게 업무에 대한 잡스크립트를 제대로 써두고 면접 장에서도 그 사람이 내 결에 맞는 대답을 하는지보다는 여태 어떤 마인드로 어떤 일들을 어떻게 해냈는지를 더 보는 것이다.



좋은 회사를 골라서 가는 것도 ‘운’이다.


평생의 동반자를 찾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심사숙고해야 하는 부분들이 참 많다. 준비 없이 대표가 된 회사들도 많고, 준비는 되어있지만 조금 더디게 흘러가는 회사도 많다. 나는 조금 보수적이지만 특히나 열정과 도전 그리고 빠른 속도로 실패와 성공을 만들어가는 유연함을 중시하는 스타트업을 선택할 때 좋은 사무실, 젊은 문화, 역세권 위치한 사무실, 개성 있는 복지, 2030 동료들은 회사를 선택하는 두 번째의 기준이다. 첫 번째의 기준은 진심으로 한 곳에 짧게 머물더라도 내 커리어와 인격 그리고 나 자신이 존중받고 성장하면서 다닐 수 있는지 대표의 비전은 무엇인지 회사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무엇인지 등 기준의 본질을 생각한다. 그리고 면접장에서 나만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도 회사를 면접봐야 한다.


당신의 커리어는 소중하니까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