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용돈부터 부캐 실현까지
스타트업에 있다 보면 정말 특이한 복지와 사내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간혹, 내가 경험했던 가장 특이점이 왔던 복지는 바로 '사우회' 필수 존재였는데 생각보다 MZ 스타트업에서 8090의 문화들이 아이러니하게 전파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1. 직함 철폐, 부캐도 가능한 닉네임 문화
최근 개발자인 동생은 이직에 성공했는데, OJT 안내에 대한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닉네임을 설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임팩트' 있는 닉네임을 하고 싶다며 회사에서 주고받는 호칭이자 이름을 '도비 (Dobby)'로 한 것이었다. 도대체 왜 '도비(Dobby)'로 닉네임을 설정했느냐고 물으니 개발자의 사고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회사에 오래오래 다니고 싶은 마음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경영팀의 담당자도 별다른 편견 없이 '도비(Dobby)'로 허가해주었다고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닉네임 또는 ~ 님에 대한 호칭을 사용하는 일이 만연하다. 수평적인 구조에서 자유로운 협업과 의견 나눔을 위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분명 장단점은 존재한다. 사내에서의 수평 구조에 대한 의미를 회사 밖으로도 가져가는 이들이 간혹 있다. 사내에서의 수평은 사내에서만 지켜주도록 하자.
회사 밖에서는 계급장 떼고 수평을 운운하면... 큰일 난다.
2. 자아실현도 회사에서 가능, 콘텐츠 리뷰에서 자기 계발 스터디
몇몇 스타트업에서는 자아실현을 위한 자기 계발 복지가 다양하다. 직무와 관련된 스터디와 콘퍼런스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내부적으로 스터디에 대한 모임도 개최하고 자체적인 리뷰 시간을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가지는 회사들도 많아졌다.
나 역시도 한 스타트업에서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콘텐츠 리뷰를 진행해 보았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일이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이것도 '일'로 치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인사이트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인 것은 맞으나 '의무'가 아닌 '자율' 로서 의지를 가진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을 것 같다.
3.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 효도부터 통신비까지
지인의 스타트업에서는 매 달 10만 원씩 부모님의 계좌로 용돈이 지원된다. 심지어 통신비 지원은 너무 만연한 복지인 회사들이 많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부모님의 용돈을 챙겨주는 곳은 정말 드물기 때문에 해당 복지를 알고 나서 해당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많이 올라갔다.
늘 직장인들에게는 금융치료가 제격이다.
4. 내가 있는 곳이 최고의 업무효율을 내는 곳, 출근 안 해도 괜찮아. 재택근무 100%
특히 개발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회사라면 더더욱이 재택근무를 100% 지원하는 회사가 많다. 대부분 자사 건물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공유 오피스를 임대해서 사용하는 기업이 많은데 그렇다 보니 직원들을 한 공간에 모아두고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여의치 않은 곳들이 대부분 일일제로 혹은 순번으로 재택을 진행하거나 모두 원격근무로 전환하는 것 같다.
재택의 장점은 내가 있는 곳에서 얼마든지 일을 시작하는 것이고, 단점은 내가 있는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퇴근이 없다는 것이다.
5. 업무시간량만 채우면 자율 퇴근 가능, 유연한 근무 제도
'지옥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인류애가 상실하는 순간을 매 출퇴근마다 경험한다. 나는 9호선, 2호선을 주로 타고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옥철'이 일상화되어버렸다. 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에 더 타는 사람들을 보면.. 할말하않 거의 살기 위해서 출퇴근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 보니 그런 출근시간을 뚫고 오면 일을 할 기력이 없다. 이런 차원에서 8시 ~ 10시 혹은 ~ 11시 출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면 퇴근시간마저도 유연하게 운영하는 곳들이 더러 있다.
일일 7 ~ 8시간 업무 시간량만 채우면 언제든 퇴근하는 것은 물론인 곳들이 많아 나의 워라밸을 챙길 수 있고 조금 더 여유 있는 근무가 가능하다.
'어느 기업에서는 이런 걸 한다더라 ~' 식의 복지를 가져오는 식의 운영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의 분위기와 업무의 성향 정도를 판단하여 진행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 싶다. 모든 것들이 최고의 복지는 아닐 수 있고 모든 회사에 적합한 복지는 아니다. 각 스타트업에 상황에 맞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복지와 문화가 자리 잡힐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