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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Feb 16. 2024

'나'를 판매하는 사회

퍼스널 브랜딩 못하는 사람의 다짐 

예전 회사를 다닐 적에 참으로 '특별한' 동료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취업 준비생의 시절이라곤 겪어본 적이 없는 동료 A는 참 특별했다. 가히 '요즘 MZ 들은 말이야. 진짜 특이해'라는 말은 꼭 그 친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정말 MZ 세대의 표본이었다. 스타일도 태도도 모든 것이 그러했다. 그런 결은 직장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의 입사 초기를 지나서 그 친구와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참으로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모습을 보며 첫인상으로 그 친구를 판단했던 내 모습을 깊이 반성했다. 


그 특별한 동료는 3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었고, 안식년과 함께 자신만이 그려오던 세상으로 들어가 지금은 인플루언서로 살아가고 있다. 직장인의 삶을 살면서도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했던 동료는 가히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미 인플루언서였는데, 이제는 정말 인플루언서 배지가 매겨질 만큼 자신만의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이제는 직장인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을 외치면서 너도 나도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이 뭔데!?'를 운운하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다양한 마케팅 강의와 후기 그리고 성공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가 있었다. 모두들 자신만의 '부캐'를 만들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판매하는 일.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는데 생각보다 내 주변에서 흔치는 않았다. 그 특별한 동료는 정말 유일하게 내 주변에서 드문 1인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동료만큼 퍼스널 브랜딩을 잘했던 사람은 아직도 없는 것 같다. 

백수가 되고 나서 진지하게 퍼스널 브랜딩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마인드 맵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 취향, 성격, 좋았던 일, 안 좋았던 일,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등등을 기록해가다 보니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늘 '애매한 사람'이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 뭐 하나 특출 나게 잘하지는 않지만 시켜보면 두루두루 그래도 잘 해내는 사람. 




그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 다. 




첫 회사에서 1부터 10까지 모든 걸 하다 보니 쌓인 역량도 있지만 나 스스로도 한 가지 일을 하는데 인생의 지루함을 느끼는 타입이다 보니 어느새 올라운더 (All rounder, 모든 걸 다 하는 사람) 포지션으로 늘 직장에서 자리를 매김 했다. 행사, 교육, 회계, 홍보, 기획 그리고 해외 진출까지. 물론 문제는 각각의 포지션에서 딥(Deep) 하게 지식이 쌓인 것은 아니라 귀동냥으로 경험으로 채워진 DB가 전부이기 때문에 전문가 영역으로 들어가면 답이 없다. 그리고 간혹 물경력으로 나의 커리어를 쌓아왔다는 생각이 늘 들곤 한다. 


이런 나와 같은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도대체 퍼스널 브랜딩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은 마인드맵을 그려도 좀처럼 [나]의 브랜드 소구점은 해석이 되지는 않았다. 


백수를 하면서 총 2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영상만 보고 '퍼스널 브랜딩, 아! 이렇게 하는구나!'의 타입은 공부법이 아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보고, 땅에 헤딩을 해보고 부딪혀 가면서 배우는 타입이라서 무작정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피드를 올리고, 스토리를 올리고, 릴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번 계정 - 일상 기록하는 블로그의 계정, 주 콘텐츠는 맛집/여행/제품 리뷰. 현재 운영하는 블로그의 계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잡다한 기록의 산물 계정이었다. 그렇기에 꾸준함이 필수임에도 세컨드 계정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게 본 계정과 다르지 않아 얼마 못 가 삭제를 했다. 


2번 계정 - 자기 계발 계정, 동기부여와 도전정신에 대한 콘텐츠를 카드뉴스와 릴스 형태로 제작해서 올리고 소소한 나의 성공담, 주변 사람들의 성취 이야기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팔로워는 보험계정, 수익계정, 사기꾼 계정 등이 나의 팔로워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점차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힘이 빠짐을 느끼고 왠지 통일되어 있지 않은 콘텐츠에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계정을 다시 삭제했다. 

+ 1,000회를 넘긴 릴스도 있었는데 자기 계발 릴스가 아니라 자기 계발의 일부였던 인테리어 콘텐츠가 상위권에 들었다. 



꾸준하게 올리면 된다, 하는 릴스 제작방법 익히자, 벤치마킹 하고 싶은 인스타그램을 찾아라. 등등 인스타그램을 키우고 릴스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의 성공 후기들을 봐왔지만 나는 아직도 [나]에 대한 브랜드에 답을 내리지 못했고, 정리하지도 못했다. 자신을 브랜딩 하다가 어떤 날은 정신병에 걸릴 같았다.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계정에 비치는 건 맞을까? 

이렇게 비쳐서 정말 내가 꿈꾸던 대로 살아가면 되잖아? 

하지만 나는 이렇게 성공과 도전의 키워드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데, 내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면 어쩌지!? 난 되게 좋은 부분도 많지만 별로인 부분도 많은데?



김칫국을 들이마시는 걱정과 겨우 2번의 실패 끝에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포기해 버렸다. 


대신 나에게 아낌없이 선사하기로 했다. 경험과 소비. 애매한 재능으로 서른을 넘기고 보니 그동안 나의 Input (투입)의 폭이 한없이 적었다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늘 만나는 사람, 늘 먹는 밥, 늘 보는 풍경, 늘 지내는 환경들은 결코 내가 브랜딩을 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함을 주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심지어 이상을 바라보면서 현실에서 변화를 주기보다는 늘 똑같은 책상에 앉아 똑같은 생각만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게 될 리가 어불성설이었다. 회고와 정리 그리고 경험과 소비.


퍼스널 브랜딩에 실패한 사람의 자기 합리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애매함으로 나 자신의 꿈도 못 찾겠고, 내가 무얼 잘하는 지도 모르겠는 애매모호한 나에게는 회고와 정리 그리고 경험과 소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나]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은 내려놓고, 나는 [나] 에게 당분간 Input을 선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끝에 퍼스널브랜딩이 성공할지도 모르고, 그 끝에서도 나는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내 인생에 하나 추가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퍼스널 브랜딩 실패하고, 한 번 더 도전해 보려고요. 

나도 퍼스널 브랜딩 해볼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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