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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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맘 때,
복숭아가 한창인 계절이 돌아오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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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6남매의 맏이였던 아빠를
무척 예뻐하셨다.
고모랑 삼촌들 몰래
아빠를 시내에 데리고 나가,
LP판을 한 개씩 사주셨다고 한다.
(아빠는 음악을 좋아하셨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옛날 팝송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 아빠의 LP로 들었던 곡들이다.
지금도 그 기억이 선명하다)
그리고 이맘때가 되면
할아버지는 아빠의 손에
크고 먹음직스러운 복숭아 한 개를
꼭 들려 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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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던 해...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로,
두분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아빠는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아마도 그것은
아빠에게 두고두고 한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언제부턴가
아빠에겐 전에 없던 복숭아 알러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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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때문에 아빠는
복숭아를 드시지 못한다..
어릴때부터 이맘때면
아빠는, 당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내게 늘 복숭아를 사주셨다
(크고 실한 것으로 골라서-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여름이면 어김없었다)
당신이 드시지 못하는 과일이었지만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던
아빠의 얼굴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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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왔고
이제 난
더 이상 '아빠가 사주는' 복숭아를
먹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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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에 사온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물었다.
울컥
저 깊숙이 담아 놓았던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목에 걸린다.
아빠의 알러지처럼.
사적인 선곡 #1>
GREENFIELDS/Brothers Four
일을 시작하고 선배들과 LP바에 가면 애늙은이인척 하며 1번으로 신청하던 곡이었다
아빠가 좋아했던 팝송 Best3 안에 드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