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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Mar 17. 2017

너와 나의 황금기

01 육아, 낭만 한 스푼



아이구, 꾀둥이!


말씀하시는 어머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이제 서너살 된 아이를 바라보는 듯한 애정 가득한 눈빛, 어머님은 남편을 그렇게 바라보신다. 남편이 가끔 꾀를 부릴 때마다 어머님은 꾀둥이라 부른다.




밥, 먹었니?

스물은 넘은지 옛날이고, 이제 서른을 넘은 애 엄마가 된 우리들에게 엄마가 묻는다. '밥 먹었니?' 묻는다. 가끔 마음이 많이 힘들 때면, 이 말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지면서 단지 밥 먹었니 물었을 뿐인데 울컥 할 때가 있다. 엄마는 여전히 엄마다.




언니, 엄마는 우리 세네 살 때 얼굴이 아직도 생각 난대.


그랬구나 하면서도 괜히 뭉클해지는 날이었다. 서른 넘은 성인이 되버린 딸의 얼굴에 세 네살 어릴적 모습이 오버랩 되어 아직도 그렇게 보인다는 이야기. 공감 능력이 모자란 내게는 마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 옆에서 오늘도 여전히 '엄마'를 외치며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가 있어서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알 것 같았다.





어머님의 장난기 어린 눈빛 사이로 보이던 남편에 대한 애정,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밥 먹었니" 한 마디,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도 아니, 누가 봐도 늙어버린 자식에게 조심해라, 끼니 챙겨라하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이해가 될 수 밖에 없는 날이었다.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고 호호 할매, 할배가 되어도 나의 어머니는 내가 이제 뜀박질을 갓 시작한 아이로 보이는구나.




아이와 함께할 때면 깨어있는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아이를 먹이는데 할애하게 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주 먹고, 자주 배가 고프다. 결정적으로 성장을 위해서는 중간 중간 영양섭취가 꼭 필요하단다. 엄마들이 유독 "밥 먹었니" 묻는 이유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딸은 요즘 어린이집에 다닌다. 잘 놀았는지, 울지는 않았는지도 중요하지만 모든 엄마들의 궁금증에는 뭘 먹긴 했는가도 꼭 포함될 것이다. 아마 나도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내내 궁금할테다.





육아에 있어서 꼭 애착만이 답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애착'이라는 건 육아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많은 육아서에서는 애착관계 형성에 절대적인 생후 3년을 강조한다.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지 못해서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더러 있더라. 그러다 보니 고민 끝에 큰 이유없이 이른 시기에 시설(어린이집 등)에 맡겨지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엄마들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는 엄마라야 좋은 엄마가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



예상치 못했던 빠른 둘째 임신으로 지난 11월 이후 얼마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보냈고, 아이를 위해 겨우 겨우 움직이는 날들이 고통스러운 한 편, 너무 미안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딸은 씩씩하게 함께 있어줬고 몸이 조금 회복되자 우리는 추운 겨울에도 온 동네를 누비며 시간 보내기를 즐겼다. 엄마와 딸로 보낼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지나가는 날들이 아까웠다. 어제도 오늘도 그러하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올 그 다음 날들을 위해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 중이다. 다행히 요즘은 어린이집 선생님을 따르게 되고 애정도 갖게 되었다. 3월 처음 등원 이후 4월, 5월 까지 점심까지만 먹고 나머지 시간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무거워지는 몸을 감당할 수가 없어 다음주 수요일 이후 부터는 오후 3시 하원을 결정했다. 함께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기, (아무래도)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해볼 예정이다.





엄마로 살아 갈 앞으로의 시간 모두 소중하겠지만,


사탕을 준다 하면 그렇게 고집을 부리다가도 순수함을 얼굴에 한 아름 담고 졸졸 쫓아오는 모습, 어디를 가서든 엄마가 어디 있는지 늘 확인하는 눈길, 엄마를 찾다가 발견했을 때 두 팔 벌려 달려오며 입을 크게 벌려 웃는 모습, 위험하니까 엄마 손 꼭 잡아 하면 조막만한 손으로 내 검지를 꼭 잡는 손가락들.


앞으로도 아주 오랜 시간을 소중히 간직할 추억들이라서 지금은 분명, 너와 나의 황금기다.





딸, 새로운 아이가 우리 집에 찾아온대.
그러니 힘들지만 함께 적응해 보자.






19개월 눈물나는 어린이집 적응기가 궁금하다면, 

http://soulfood-dish.tistory.com/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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