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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Nov 19. 2016

육아와 연애는 닮았어

01 육아, 낭만 한 스푼


하루를 체감하는 정도는 무척 느린 것 같아도 시간은 빨리 간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이웃 집 아이에게 "많이 컸네요."하는데, 그건 우리집 애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벌써?"라는 생각에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한다. 그러다가도 어느날은 "제발!"을 외치며 어린이집에 갈 날이 얼마나 남았나 셈을 해보기도 한다.


벌써와 제발을 무한 반복하며 오늘 하루도 그렇게 간다.



육아는 연애와 참 많이 닮았다. 아이를 만나고 하루씩 채워 나가면서 드는 생각이다.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붙어서 이리저리 쫓아 다니느라 숨이 차고,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다시 해가 뜨면 어르고 달래가며 아이의 하루를 같이 살아낼 수 있는 비결은 가끔이지만, "육아를 연애로 생각하며 이 순간을 즐겨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다.



엄마의 달력

오늘로 소담이는 464일을 살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 "아니, 아냐, 아니야"를 제법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됐고,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하고 대답한다. 아이가 좋고 싫음의 몸짓 언어와 언어적 표현 모두를 구사할 수 있게 되기까지 1년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얼마의 시간을 더 사용했다.


엄마들에게는 엄마가 되면서 하나씩 더 갖게 된 아이의 출생 이후 몇 일을 세는 달력이 있다. 이 달력은 중요하다. 아이가 태어난 날, 아이가 처음 뒤집기와 배밀이를 한 날, 아이가 걷기 시작하는 때,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 때와 기준, 아이가 이제 그만 젖을 떼야 할 때 등 아이 성장에 꼭 개입되어야 하는 새로운 것들의 추가 혹은 기존의 것을 그만 해야 하는 때를 정한다. 이 달력은 아이가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수 많은 '처음'을 맞는 날의 기록이기도 하다. 모든 순간이 처음이던 아이들이 세상살이가 익숙해질 때 쯤 엄마와 아이의 몇 일을 세는 '엄마 달력'은 해 마다 아이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는 일과 졸업, 입학, 학예회, 운동회를 함께하는 큰 이벤트가 있는 일정에 주로 등장하게 된다.



연애의 달력

연애를 하면 대부분이 우리 만난지 몇 일, 우리가 사귄지 몇 일 등으로 일 수를 표시한다. 아기가 태어난지 몇 일과 비슷하게 때 마다 시기마다 기념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아기들은 보통 생후 50일, 100일, 200일, 생후 1년 기념 사진을 찍곤 한다. 그리고 100일 잔치나 돌잔치로 태어난 날과 살아온 날을 기념하는 파티를 열기도 한다. 연인들도 50일 까지는 아니라도 100일 부터는 만난 날들을 추억하며 기념하기도 하고 특별한 식사시간을 갖는다. 이 달력은 결혼을 하게 되면 몇 년차 부부, 몇 번째 결혼 기념일로 대체된다.


아쉽게도 연인과 헤어졌을 때 이 달력은 폐기 된다.





너와 나는 친해, 애착관계

<프랑스 아이처럼> 한 부분에는 '애착 육아'라는 단어에 대해 "자기 아이에게 애착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묻는 내용이 등장한다.


육아에서 애착이 무척이나 중요한 것처럼 연애도 마찬가지다. 엄마와의 애착형성은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갖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삶을 살면서 숙제처럼 쫓아 오는 애착의 문제는 연애를 할 때, 친구를 할 때 등 대부분의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도 역시 관계가 있다.


성인 애착유형에 대한 연구들이 많다. 연구내용에는 애착유형도 변화할 수 있다는 다소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을 '연애'로 본다.


이 정도만 봐도 연애와 육아는 무척 닮았다.





시간이 지나 각자의 일상을 보내야 할 때

아이는 엄마를 통해 세상을 본다. 처음에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지만 점차 엄마를 안전기지로 삼고 다른 곳으로 조금씩 먼 곳으로 세상을 구경하고 만나러 간다.


연애도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연애를 하려면 마찬가지다. 연인을 '안전기지'로 생각하며 각자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참 둘이 너무 좋아서 매일 같이 만나는 시기가 있다면 불타는 사랑을 진정하고, 각자의 일에 몰두해야 할 때도 있다.


건강한 아이가 다 자라 밖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학교도 가고, 혼자 가고 싶은 곳도 다녀보고 해야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잘 컸구나' 할테다. 그런데 매일 같이 집을 떠날 줄 모르고, 친구도 없어서 심심해 하면서 엄마만 찾는다면 이렇게 큰 근심이 있을 수 없다.


연애가 가진 시간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꼭 둘이서만 붙잡고 하하호호 해야만 사랑은 아니다. 각자의 생활, 자신의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서로 만났을 때 일상을 공유하고, 오늘 만난 사람들, 이런 저런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그 시간들이 연애라는 테두리로 묶일 때,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너와 내가 각자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육아를 한다. 벌써 이만큼 컸어 하다가 제발 어린이집 좀 빨리 갔으면 했다가도 가면 내가 너무 허전할까 싶은 모든 엄마들, 갈수록 지치는 육아를 오늘도 연애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즐겁게 아이를 바라보길.





https://brunch.co.kr/@soulfoodish/36

아이와 애착형성이 고민이라면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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