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둘째, 가족의 탄생
제왕절개는 생각했던 것처럼 수술시간이 다가올수록 두려움을 더해만 갔다. 수술 이후의 고통은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2년 전 제왕절개는 긴 시간의 산고 끝에 들어간 수술이라 척추 마디에 주사 바늘을 꼽는 것도 몰랐다. 하반신 마취와 함께 출산의 고통도 말끔히 해결되자 수술하는 동안은 너무도 가뿐한 기분이더라.
이번엔 달랐다. 해산의 고통은 아이를 꺼내기 위한 과정에 돌입하면서부터 두려움과 함께 시작된다. 새우처럼 등을 말고 수술대 위에 옆으로 누워 바늘이 척추마디 어딘가로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쫄보가 되어 '나 죽네'를 속으로 외친다. 더욱이 허리 상태가 좋지 못해 마취가 수월하지는 않았고, 마취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왼쪽 다리 혹은 오른쪽 다리로 전기가 오는 것과 같은 통증을 느끼는 수고와 공포도 옵션으로 따라왔다.
성공적인 마취 이후 윗니와 아랫니를 딸각딸각 부딪히며 덜덜 떠는 것 또한 과정이었고, 딸을 만나던 그 날과는 달리 이번에는 배를 가른 이후 아이를 꺼내기 위해 움직이는 의사 선생님의 처치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더라. 아이를 꺼내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인지 마취 때문에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배꼽 아래부터 하반신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을 거쳐 자궁 안에 피를 제거하기 위해 누르는 듯한 기분과 같은 기타 등등 설명하기 어려운 이런저런 수술 내용들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된다.
아들은 그렇게 의사 선생님이 꺼내 주셔서 세상으로 나왔고, 우리는 만났다.
아침 일찍 일어난 데다 15시간 이상금식을 한 탓에 피곤했는지 이후 간호사 선생님이 잠깐 재워주신다 했는데 보통은 30분 내면 일어나는 듯한데, 한 시간 넘게 꿀잠을 잤다. 오후 5시 이후부터 마취가 풀리면서 시작된 통증은 수술 시간을 재현하는 듯 칼을 덴 부분을 쪼개는 듯한 고통과 뱃가죽과 자궁벽을 어떻게 절개했는지를 알게끔 배꼽 아래로 불을 붙인 것과 같은 지옥을 경험하게 했다. 15분, 30분, 1시간마다 진통제를 놔달라며 간호사 선생님을 불렀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지금'은 참아야 한다였다. 그렇게 7시간을 곧 죽을 것 같이 아파했다. 매 시간을 분 단위로 확인하며 그로부터 1시간을 더 참은 나, 그리고 다시 30분을 더 참은 나를 끝없이 격려했다. 수술한 당일이 지나기 직전, 0시가 되기 직전에야 드디어 진통주사를 맞았다. 진통주사를 맞았다고 뱃가죽을 쉼 없이 자르는 것 같은 고통이 사라지진 않았다. 그저 고통이 살짝 이상은 감해지고, 종일 끙끙 앓아 피곤하니 새벽 두 시가 되니 어찌어찌 잠이 들더라.
겨우겨우 잠든 당일,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쉽지는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조금 더 빨리 걸을 수 있게 된다.
흔히들 출산을 비유할 때 자연분만은 일시불, 제왕절개는 할부란다. 생각해보면 그럴듯하다. 자연분만은 아이를 낳으면서 왕창 아프고 분만 후 회복시간을 갖고 본인 발로 스스로 걸어서 병실로 들어오기도 한다. 어지러움 때문에 휠체어도 많이 타긴 하지만. 제왕절개는 수술 후 무조건 실려가야만 한다. 게다가 바로 식사가 가능한 자연분만과 달리 식사 또한 수술 후 12시간 이상 제한된다. 이미 24시간 이상 굶었는데 말이지. 바로 걷고 심지어 샤워까지 가능한 자연분만과는 달리 제왕절개는 제대로 허리를 펴고 걸으려면 최소 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 샤워는 짧게는 5일 길게는 1주일 이후에야 가능하다.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비교하더라도 어쨌든 둘 다 모두 우스갯소리다. 뭐든 산고는 산고다.
어쩌다보니, 답답해서 인스타를 시작했어요 :)
물론 편집된 일상입니다.
현실은 샤우팅인 것을 잊지말고 즐겨주시면 됩니다.
https://www.instagram.com/sodam_cos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