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 Oct 11. 2017

연애와 연락, 그리고 불안

불안한 감정 대신 솔직하게 다가서기 _데이지


연애와 연락, 그리고 불안

불안한 감정 대신 솔직하게 다가서기 _데이지


두근두근 썸일 때는 시시때때로 연락을 주던 그가 사귀고 나서 일주일쯤 되니 갑자기 돌하르방처럼 느껴진다면 오늘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시작에서 헤어짐의 마침표를 찍는 그 날까지 연애의 바탕은 연락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의미를 갖고 있죠.     


과학과 문명의 혜택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요즘은 썸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현상이 익숙해졌고, 덕분에 썸 기간 동안 폭발적인 연락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커플들도 생겨나곤 해요. 그런데, 사귀기 시작했을 때 일부 커플들에게서 이 문제가 발생합니다. ‘연락’입니다. 연락으로 사랑과 관심을 확인해서 연애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것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거죠.    


연애 초반에 이 문제가 발생한다면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연애 초반의 풋풋함이 시들해져 갈 즈음 이 문제로 다투는 연인들도 있어요. 하늘을 나는 듯한 감정이 조금 잠잠해지고, 땅에 발을 붙일 쯤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상대방은 원래 생활방식대로 돌아가는 경우로 볼 수 있기도 한데요, 연락을 기다리는 쪽에서는 당연 서운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연락이 뜸해지는 현상은 보통 '연애'보다 '일'에 더 몰두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변화인 경우가 많죠. 혹은 보통 친한 친구들과도 연락이 좀 잘 안 된다 싶은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해요. 이때 상대적으로 연락하기를 더 원하는 쪽은 마음이 변했다고 오해하며 혼자만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도 하고, 막장 드라마를 쓰기도 하고, 조금씩 상대방에게 열었던 마음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대화로 해결하면 될 것 같지만, 막상 대화를 해도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 이럴 때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선택은 말 한번 꺼내보지 못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연락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인을 둬서 괴로운 남자, 혹은 여자도 있어요. 연락이라는 것이 너무나 주관적인 것인 것도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죠.     


연애를 하면서 만나지 못할 때, 떨어져 있을 때도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연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 간의 합의와 노력이 중요해요. 만약 연락에 있어서 서운한 부분을 솔직하게 말했을 때, 상대방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데도 서운함이 폭발한다면, 이런 나의 모습을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어요.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어린 시절 형성된 주요 양육자와의 관계가 성인이 되어서도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태어날 때는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를 통해 애착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되고 양육자의 태도에 따라 자기와 다른 사람을 구분하는 과정을 거쳐 자기감이 발달하죠. 한 사람이 애착을 통해 자기를 찾아가고 성숙해나가는 과정을 설명한 이론입니다.     


아기는 태어나 몇 개월은 엄마와 자신을 한 몸으로 여기다가 자라면서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애착대상이던 양육자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불안 정도가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증상을 분리불안이라 하죠. 

(*존 볼비의 애착이론, 애착유형과 관련이 있어요. 이후 발행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분리 경험은 불안을 일으킨다.
분리는 정녕 모든 불안의 원천이다.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내가 인간적 힘을 사용할 능력을
상실한 채 단절되어 있다는 뜻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분리 경험과 불안에 대해 위와 같이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간혹 연애하는 중에 상대방과 하루 종일 연락을 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나 봐요. 내가 하루 종일 연락을 해야만 마음이 안정된다면 나에게도 ‘불안’이라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해요.     



그러므로 인간의 가장 절실한 욕구는
이러한 분리 상태를 극복해서
고독이라는 감옥을 떠나려는 욕구이다


<사랑의 기술>에서 말하는 분리된 것을 불안해하는 이유입니다. 연애에 있어 연락은 분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인데, 정도 이상 집착을 보이는 경우는 약간의 외로움 조차 감옥으로 느끼기 때문이겠죠.


분리불안을 겪는 아동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왜 불안한지를 알아야 하고 나아지려면 일관된 사랑과 믿음을 줘야 한다고 합니다. 치료의 시작은 엄마가 일정한 시간에 돌아오는 것입니다.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도 비슷하게 대입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연락하는 문제에 있어서 유독 불안을 보이거나 불만을 가진다면, 일관된 사랑과 믿음으로 그 사람에게 안정감을 선물해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러나 연애 초반에 비해 너무 연락이 없어서 생사 확인조차 어려워진 상대방 때문에 속상한 우리들이라면 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침착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작은 마음 상한 마음이 된 우리에게는 용기가 필요해요. 연락이 잘 안 돼서 서운하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여기서 좀 더 용기를 내서 막연하게 연락을 기다리는 일은 너무 지치게 되니 지켜줬으면 하는 몇 가지를 부탁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연락이 뜸해졌다거나 원래 연락을 즐겨하지 않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연인에게 지속적인 연애를 위한 약속 두 가지.    




출퇴근할 때, 점심 먹을 때,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알려준다 

보고를 받고 보고를 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연애하는 사이에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것보다 낫다. 자연스럽게 잘 잤는지 오늘 퇴근은 몇 시인지 서로의 스케줄을 확인할 수도 있다. 점심 먹기 전이나 후에 간단하게 안부를 묻는 센스도 길러주자. 물론 동료들과 급하게 식사하러 가거나 하면 잠시 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딱 정해주자. 출근과 퇴근, 점심시간,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를 개수로 따지면 하루에 네 가지 경우이니 상호 간의 신뢰 형성을 위해서도 이 정도면 꼭 필요한 연락이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잠들기 전에 연락하는 노력을 해보면 좋겠다

야근이나 철야가 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있다면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 이쪽은 자야 하는데 저쪽은 24시간이 낮인 경우, 밤에도 한 참 바빠서 연락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연애 초반에는 호르몬의 왕성한 활동으로 24시간이 모자란 중에도 틈틈이 확인을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잊는 사람들도 있더라.     

일감이 폭주해서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일감 폭주가 아닌 날에는 잠들기 전에 5분 정도 전화하자고 말을 건네보자. 일감 폭주인 날에는 철야하기 전에 잠깐이라도 현재 상황을 문자로 남겨주는 것도 센스. 너무너무 바쁜 남친 여친을 둔 당신을 응원한다.     




상대방이 다 지킬 수도 있고 다는 못 해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숙제 검사하려고 하는 연애가 아니기 때문에 몇 가지나 지키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핵심은 노력을 하는지 여부. 노력하는 모습이 있다 해도 언젠가는 또다시 관계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도 있어요. 차고 넘치게 받아도 또 받으면 좋은 것이 애정과 관심, 부족하다면 부족하다고 말해보는 것도 용기입니다. 건강한 연애의 시작은 솔직함이니, 오늘부터 실천해 봐요.




매일의 일상에 약간의 낭만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낭만윤X꽃처럼


보테니컬 아트의 거장 피에르조셉 르두테 <데이지>



하나, 좋아한다

둘, 아니다

셋, 좋아한다

넷,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애가 나와 같은 마음일지 아닐지, 너무 궁금해서 꽃잎을 하나 둘 떼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 보던 때가 있었어요. 그 많은 꽃 잎 중 마지막 잎이 남을 때까지 숨죽이며 지켜보는데 결국 원하는 결말이 나오지 않을 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무룩해집니다. 그저 재미로 보는 꽃점인데도 말이죠.  


15세기의 젊은이들도 데이지 꽃잎을 떼어내며 꽃점을 치곤 했대요. 데이지가 사랑의 꽃으로 불리게 된 이유죠.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가봐요.



연락



대면할 방법이 한정적이라 무작정 기다리거나 얼마나 답답한지 꽃점을 보는 때와는 달리 요즘은 조금은 더 수월하게 마음을 알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낭만은 살짝 줄어들었고, 끊고 맺음이 짧은 만남들도 많아졌어요. 연애를 하면서도 '밀당'(밀고 당기는)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요, 저는 밀당을 추천하지는 않아요. 연애와 관련된 여러 글을 보다 보면 밀당을 할 때 연락을 어떻게 하라는 내용을 종종 보곤 했어요.


그런데, 만남에 있어서는 계산하지 않고,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연애를 한다면, '연락'이라는 끈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연락이 연애 중인 두 사람에게는 분리된 둘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상대방을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 내가 너무 집착해서 그 사람의 일상에 부담이 되지 않게요. 이 꽃, 데이지처럼요.


5월, 6월 따뜻한 봄에 꽃을 피우는 데이지의 꽃말은 평화, 순수한 사랑, 미인, 겸손입니다.







참고문헌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역, 문예출판사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 N.Gregory Hamilton 저 김진숙 김창대 이지연 공역, 학지사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매거진의 이전글 썸, 중독을 생각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