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자기애를 가지기 위한 내면아이와의 만남 _수선화
건강한 자기애를 가지기 위한 내면아이와의 만남
연인끼리 싸우게 되면 애착유형 중 회피형에 속하는 사람들의 방어 형태 중 하나인 ‘집에 가기’에 대한 글입니다. 그리고 오래 사랑을 지속하고 싶은 연인들이라면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을 담았어요. (애착유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발행글에서 다룹니다)
싸우다 감정이 틀어지면 집으로 도망가는 당신
싸워도 내가 도망갈 집이 없어서
여보, 살쪘나 봐
가끔 우리가 싸워도 내가 따로 도망갈 '집'이 없어서 남편이 살쪘구나 합니다. 연애할 때 생각해보면 그래요. 다툼이 있을 때 토라지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에 간다며 난리를 쳤으니까요. 결혼 후에 생각해보니 제법 이불 킥 감이네요. 결혼을 했고, 나름의 자아성찰 기능을 거쳐 '왜 그랬나' 생각을 해봤어요. 결국은 내 문제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귀던 남편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하면서 또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꽤 아득합니다.
연애, 만남에는 패턴이 생기기 마련인데 패턴이 반복된다는 말은 보통은 좋지 않은 결말이 반복되는 경우를 두고 말합니다. 이 패턴을 반복하지 않고 한 단계 성장할 때마다 조금 더 괜찮은 '나'로 성장하게 되는 거죠.
집으로 가겠다는 심리에는 ‘회피’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목적이 있었죠. 이렇게 하면 다툴 때 미워지는 상대를 눈에서 잠시 멀어지게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요. 동시에 이런 행동은 '내가 이만큼이나 화가 났다'는 유아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상대방을 쩔쩔매게 하고 싶다는 생각, 즉 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다는 욕구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길을 지나가다 여자는 집에 가겠다며 뿌리치고 남자는 붙잡고 이야기해보자는 식의 대화가 이어지는 싸움을 목격하곤 해요. 그럴 때면 안보는 척하며 힐끗하고 보게 됩니다. 물론 집에 간다는 연인을 놔두고 분에 못 이겨 자리를 먼저 떠버리는 상대도 종종 있어요.
오늘도 싸울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 연인들, 당장은 힘들더라도 그 자리를 지켜봐요.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남편을 놔두고 가는 저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싸우다 토라지면 집으로 종종걸음을 하는 당신은 상처받는 것이 두렵고,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졌을 거예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번쯤은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어떨까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 돌아볼 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노력한 나를 칭찬할 날이 분명 있을 거예요.
건강한 연애를 위한 노력, 힘을 내요.
당신의 일상에 약간의 낭만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낭만윤X꽃처럼
수선화의 속명은 나르키수스입니다. 모두가 잘 아는 유명한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나르시스라는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어요. 나르시스가 샘물을 먹으려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결국 물속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린 이야기. 그가 사라진 자리에 피어난 꽃이 수선화예요.
아직은 춥게만 느껴지는 초봄, 눈이 막 녹은 땅에 노란 기운으로 찾아오는 꽃. 쌀쌀한 날씨에 향긋한 봄내음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반가운 꽃이죠.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 자존심, 고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하루가 건강한 자기애와 자기 존중을 되찾는 오늘이었으면 해요. 수선화가 주는 이른 봄의 따뜻한 기운처럼.
자기
타인과 (그럭저럭)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면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나'와 함께 해야 해요. '나'라는 존재는 늘 함께 하기 때문에 누구와 지내는 것보다 편해야 하죠. 그리고 오롯이 나와 지내는 시간이 즐거운 시간인 데다 위로가 돼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죠.
태어나서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게 되냐면요, '자기'에 대해 아는 것보다 먼저는 엄마를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아기는 태어나서는 엄마와 자신이 한 몸이라 생각한다고 해요. 부모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나'로 여긴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어요.
대상관계 이론에서 말하는 '자기'는 나라는 사람과 관련된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정신적 표상을 의미해요. 한 사람이 건강한 '자기'를 세우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살핌과 안정감을 주는 공감을 받아야 해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 병리적으로 증상(자기애적 성격장애)이 나타나기도 하고, 증상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공감할 수 없듯 자기 자신을 공감하지 못해 괴롭고, 더해서 자신을 위로하기도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건강한 자기와 잘 어울려서 살아가려면 나의 못난 부분, 괜찮은 부분, 꽤 잘난 부분 모두 '나'로 인정하고 끌어안아 줘야 해요. 그런 나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정한 자기애를 갖게 되는 거죠.
'자기애'는 탄생 이후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부족함 없이 채워주는 엄마의 이미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부터가 시작이라고 해요. 그래서 건강한 '자기애'를 되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스스로 '돌보기'를 추천해요. 존 브래드 쇼의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에서는 이것을 '당신 안의 갓난아기의 욕구 충족을 위한 훈련들'이라고 표현했어요. 총 20여 가지 항목들이 있는데, 몇 가지 소개해 볼게요.
따뜻한 목욕탕 안에서 나의 신체 감각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냥 그 안에서 시간 보내기
담요나 두꺼운 이불로 온몸을 감싸고 그냥 조용히 앉아 있어 보기
아주 부드럽고 조용한 음악 듣기
일을 할 때 종종 한 모금씩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준비해 놓기
나를 얼마간의 시간 동안 안아 주거나 지지해 줄 수 있는 특별한 사람들 (이성과 동성 모두 이상적) 찾기
휴일을 골라 하루 동안 충분한 낮잠 즐기기
무에 대해 명상하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 명상하는 것)
비뚤어진 자기애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괴롭게 할 수 있어요. 누구든 그럴 수 있죠. 존 브래드 쇼는 책에서 '아이였을 때 채워지지 못한 욕구들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 했어요. 이제는 훌쩍 커버린 당신이 마음속에 함께 살고 있는 당신의 내면아이를 이끌어 줄 차례입니다.
'연애'라는 과업에 몰두하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는 데 소홀해 있을 수 있어요. 혹은 가족 안에서 대단한 아들 딸 역할을 하느라, 반대로 엄마, 아빠로 살아내느라 내가 원하는 건 항상 뒤로 미뤄 두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작 사랑을 주고 싶은 상대에게는 무조건적인 희생과 따뜻함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요. 만약 그, 혹은 그녀가 엄마와 같이 전지전능하게 나를 품어주기만 바란다면 스스로가 '나를 돌보는 시간'을 충전할 때입니다.
참고문헌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John Bradshaw 저 오제은 역, 학지사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 N.Gregory Hamilton 저 김진숙 김창대 이지연 공역, 학지사
사람풍경, 김형경, 사람풍경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