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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Dec 01. 2017

언어의 온도

뇌와 입, 말과 글을 생각해보는 시간




오랜만에 만난 에세이, 오랜만에 만났던 에세이다. 출산을 앞두고 마음을 어떻게든 토닥여 보기 위한 노력으로 선택한 책이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참여하던 중에 다 읽었고, 참여 후에 책에 대해 정리해보자 했는데 프로젝트가 마감된지도 벌써 2주 넘게 지났다. 그리고 아들은 세상 빛을 보게 된 지 5개월이 됐다. 그러니 읽은 지 꽤 오래돼서 어떤 느낌이었다 정도만 기억될 뿐.


한 번 더 읽기에는 머리 감을 시간 조차 부족한 시간 빈민이라 부족하게나마 기록해 둔다. 책은 마음이 화로 가득 찰 때, 어쩐지 기분이 너무 방방 뜰 때 한 번쯤 다시 꺼내 읽으면 좋을 듯싶다.


<언어의 온도>는 오늘 뭐 읽지를 생각하다 보면 늘 검색 순위 1위를 지키던 책이라 큰 고민 없이 고른 책이다. 나중에 브런치에 발행된 1인 출판과 관련된 글들을 읽어보다가 알게 된 사실은 이 책 또한 1인 출판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 그리고 작가의 SNS를 통한 꾸준한 홍보의 결실로 반년만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빛을 보게 된 책이라는 사실이다.


<언어의 온도>에 대해 다룬 기사들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의 마음(특히 30대 여성)을 사로잡은 책이라는데,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다. 읽으며 때로는 좀 오글거렸다. 어느 때는 표현과 정서가 나랑은 좀 많이 다르네 싶었다. 그래서 그만 읽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나의 말과 글, 그리고 습관을 돌아보게도 하는 글이라서.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다.


말과 글에는 온도가 있다는 저자의 말은 사실이다. 바른말, 따뜻한 말, 포근한 말. 언어와 문장의 온도, 그리고 그 단어, 문맥, 말의 높낮이, 깊이가 모처럼 중요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이렇게 꾹꾹 눌러 적는 나는 말을 아무 말이나 뱉을 때가 많고, 말을 잘하는가 싶다가도 조리라는 것이 없어서 삼천포로 가기 일쑤다. 말을 하는 데 워낙 허점이 많은 사람이라 글을 더 선호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뭐 딱히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꽤 더웠는데, 찬바람에 집안 공기를 환기시키기가 몹시 고민되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책을 읽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하던 날은 눈이 오는 수능날이었다. 글을 마무리하는 오늘은 그보다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다시 열흘 뒤면 아이들은 수능 성적표를 받아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 집에서 꼬물꼬물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 수능이라는 제도가 지속된다면 16년 후, 18년 후에 두 아이도 수능을 볼 테다. 차가운 볼을 겉 옷에 푹 파묻고 시험장을 나서는 그들에게 어떤 말을 전할까.









언어의 온도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주세요. 그러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 7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P 25


이런 탑을 만들 땐 묘한 틈을 줘야 해. 탑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P 27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P 29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린 사랑에 이끌리게 되면 황량한 사막에서 야자수라도 발견한 것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다가선다. 그 나무를, 상대방을 알고 싶은 마음에 부리나케 뛰어간다. 그러나 둘만의 극적인 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서늘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내 발걸음은 ‘네’가 아닌 ‘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사과를 뜻하는 단어 ‘apology’는 ‘그릇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그리스어 ‘apologia’에서 유래했다. 얽힌 일을 처리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지닌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승리의 언어가 사과인 셈이다.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럴수록 진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가짜를 걸러내려면 진짜를 잘 알아야 하죠.


아무리 보잘것없는 몸뚱어리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우주만 한 크기의 사연 하나쯤은 가슴속 깊이 소중하게 간직한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단어와 문장을 분쇄기에 넣은 뒤 발효와 숙성을 거친 다음 입 밖으로 조심스레 꺼내는 느낌이다.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동사 알다知가 명사 알卵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아는 행위’는 사물과 현상의 외피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진득하게 헤아리는 걸 의미한다.


'상대에 대한 ‘앎’이 빠져 있는 위로는 되레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타이어의 마모磨耗 상태에 따라 고객의 운전 습관이나 성향을 미루어 짐작하곤 해요'


'마모된 흔적을 복원하면 내가 지나온 길과 그 여정에서 취한 삶의 태도를 짚어볼 수 있을까.'


'사람 성격은 아주 사소한 데서 드러나는 법이다. 그건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고 즉흥적으로 변조變造할 수도 없다.'



'본질은 다른 것과 잘 섞이지 않는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엉뚱한 방식으로 드러나곤 한다.'


'아무런 정보 없이 훌쩍 길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



'때론 백지상태에서 아기의 눈으로 바라보세요. 그래야 본질이 보입니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는 관심은 폭력에 가깝고 상대에게 노력을 강요하는 건 착취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분주함에도 갈래가 있는 듯하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한 경우가 있고 핑계를 찾다 보니 분주한 때도 있다'


'정해진 길이 없는 곳을 걸을 때 중요한 건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호기심이 싹틀 때 “원래 그렇다”는 말로 억누르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끔 한다'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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