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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농 후추 Feb 20. 2023

도시생활자의 강원도 원주 생활 적응기

나는 자연인이다


나는 원래 철저한 도시생활자였다.

허나 최근에 반 강제로 강원도 원주로 이사를 오면서, 내 생활은 좀 더 자연인에 가까워졌다.


아파트에 사는 주제(?)에 사실 완벽한 자연인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요 며칠간 정말 건강한 생활을 했다. 땅에서 돌도 고르고 도시에서는 거의 매일 같이 먹던 라면도, 과자도, 좋아하는 젤리도 먹지 않았다.


대신 건강한 단맛의 토마토와 오렌지 등의 과일을 섭취했다. 길면 1주일에 한 끼 먹을까 말까 한 쌀밥도 이제는 거의 매일 챙겨먹고 있다.


땅만 보고 걷던 습관도 고쳐졌다.


여기는 도시에서는 못보는 큰 새들도 많고 새소리도 정말 잘 들린다.








오늘 아침에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등산길에 나섰다. 이모네 개와 함께 떠난 산행길이었어서 쫄랑쫄랑 귀여운 그 얼굴 보느라 가는 길이 더 힘든 줄 몰랐다.



서울에서의 나는 아침에는 거의 반 시체 상태였다. 꿀잠을 자고, 알람을 내가 그 전날 몇시에 설정했든 느즈막히 11시-1시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나의 오전 루틴(?)이었다. 강원도에 사는 지금은 암막 커튼 없이 잠을 청하는데, 8시쯤이면 햇살이 내 침대로 들어와 저절로 알람없이도 잠에서 깰 수 있다. 사실 요즘은 미라클 모닝도 하고 있다. 다른 분들처럼 4시 반에 기상하지는 않지만, 내 나름의 적정시간을 찾았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할 일을 계속 하다가 늦으면 새벽 1시-2시쯤 잠들고 기상시간은 5시 45분에서 6시 반, 7시 즈음으로 하고 있다.








나는 학교에서 일하는데, 확실히 이렇게 아침에 할 일을 하고 잠을 깨고 출근하면 컨디션과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훨씬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앞에 있는 스탠드를 켠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이를 닦고 물을 마신다. 혹여 달달한 차를 그 다음에 마시더라도 가장 처음 마시는 물은 보통 그냥 생수이다. 따뜻한 물이 더 좋다는 말도 있는데 나는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찬 물을 마실 때도 있고 뜨거운 물을 끓여 마실 때도 있다.


요즘은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요리에도 절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오래 전부터 좋아했다. 그것을 매번 지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원주로 이사오니 밤에 편의점 가는 횟수도 훨씬 많이 줄었다. 아빠가 산에서 따온 정체모를 풀(사실 아빠가 이름을 알려주셨지만, 풀알못인 나에게는 모두 다 정체모를 풀들이다. 이것을 먹으면 혹시 다음날 모두 다 같이 시체로 발견되지는 않을까 하는 아빠에 대한 의심을 품은 채)로 부침개를 해 먹기도 하고, 갈치속젓에 밥 한 그릇 비벼 뚝딱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 날은 이모가 준 맛있는 고급 버터를 썰어 따뜻한 밥에 얹어 간장계란밥을 만들어 먹었다. 이 날은 유독 계란 프라이도 예쁘게 익어서 스스로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오늘 끼니는 이렇게 간단하고 멋지게 때웠으니 내일은 또 무엇을 먹을까 항상 기대되고 설레인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정말 내 시간 같다.

서울에서는 뭔가 하루하루가 빨리 가는 느낌이고 시간이 나보다 우위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비로소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또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항상 기대가 된다. 우리 초등학교 꼬맹이들은 월요일이 되면 또 나를 반가워해줄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 남은 하루도 잘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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