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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농 후추 Feb 13. 2023

지구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

채식 주간 갖기

어느날 가진 채식식단


짧지만 한동안 채식생활을 했었다. 건강에 나름대로 관심이 많았고, 동물과 환경보호에 대해서도 고민과 여러 생각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들에게는 별 필요 없다고 치부되는 수평아리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강제로 죽임을 당한다는 글을 보고는 분노했고, 할 수 있다면 인간은 가능한 한 채식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몇 주간 정말 풀만 먹기 위해 노력했다. 옆에서 친지들이 삼겹살을 구우며 먹고 있어도 나는 군침을 흘리며 절대 먹지 않았다.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라 먹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절대 먹지 않았다. 고기를 평소 자주 먹는 편은 아니었으나 좋아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참기는 많이 어려웠다. 채식을 한다고 말해도 고기를 권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은 그저 소박한 일상에 가까웠다.

  



한국에서 채식을 하기가 이토록 어려웠던가. 식당에 가더라도 고기나 생선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국물에 새우나 멸치가 들어갔을 위험도 허다했고, 그렇다고 해서 육수 빼고 주문하기도 어려웠다. 외국 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외국에서는 베지테리언을 위한 메뉴들이 있다던데 나로서는 그 미지의 외국이 부러워질 정도였다.

  






내 주변의 어떤 이는 이야기하기도 했다. 인간이 먹이사슬의 최상위이기 때문에 약육강식의 세계에선 고기를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구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 바로 어느 정도의 채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즘은 간헐적 채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1명의 채식주의자보다 여러 명의 간헐적 채식주의자들이 더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평생 채식을 못할 거라면 이렇게라도 나만의 채식주간을 만드는 것도 지구에게는 기쁜 일일지도 모른다.

  



각종 쓰레기를 최대한 발생시키지 않고 최소한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가능하면 카페에도 텀블러를 갖고 다니거나 매장용 머그컵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일. 인간이라면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에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인간은 동물과 다른 생명체들을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만 하는 것들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사실 인간이 없으면 지구는 더 평온할지 모른다.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중국에서 여러 공장을 가동시키지 못해 하늘이 평소의 계절들보다 맑았던 나날들이 있었다. 비단 중국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런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만큼 인간이 지구에게 가하는 고통은 얼마나 세기가 클까. 이렇듯 나는 ‘양심’이라는 말을 들으면 지구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가 인간으로 살면서 가장 지켜야할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지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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