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다 키가 커졌다.
엄마보다 키가 커졌다.
내 생에 불효의 순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일이 있다.
어릴 적의 나는 당연하게도 엄마보다 키가 작았다.
잘못을 했을 때 엄마가 화를 낼 때면,
엄마라는 존재가 화를 내니까 두렵기도 했겠지만
나보다 몸이 더 큰 사람이니까 무서웠다.
몇 살쯤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엄마와 내 키가 비슷해졌을 때였다.
하늘 같이 큰 존재이던 엄마와 내가 눈을 마주했을 때,
같은 높이에서 있음을 느꼈을 때 반항심리가 처음으로 생겼던 나의 사춘기가 왔다.
하루는 또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 까?
엄마의 손이 올라갔다.
짧은 찰나에 내 눈에 보이고 느껴진 것이 있다.
내가 엄마보다 키가 더 커버린 것이다.
며칠 새 나는 엄마보다 더 큰 사람이 돼버렸다.
올라간 엄마의 손을 잡아챘다.
당황한 그녀는 손에 힘을 주고 내 손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나는 젊은 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더 힘을 세게 쥐고 놓지 않았다.
그때 엄마가 오열한 것을 처음 봤던 것 같다.
얼마나 기가 찼겠는가,
배 아파 낳아서 두 손에 안고, 가슴팍에 품으며 키웠던 자식이
힘으로 이기려고 두 눈에 불을 키고 손씨름을 한다니.
그때 엄마가 왜 화가 났는지,
나는 왜 반항심에 가득 찼는지 ,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정말 별일이 아니었을 텐데..
문득 참 신기하다.
사춘기가 지나고, 성인이 되고, 엄마랑 떨어져 산지도 오래된 지금의 난,
그때보다도 더 커져서 엄마보다 훨씬 크지만, (그녀는 여전히 작지만 ㅋㅋ)
그때처럼 그녀를 힘으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이기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큰 사람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