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해 드릴 수 없어요. 환자분은 OO이 아니에요
치료해 드릴 수 없어요. 환자분은 OO이 아니에요
계속해서 휑해져 가는 두피를 보며
스트레스가 쌓이다 쌓여 탈모병원을 찾아갔다.
200만 원도 훌쩍 넘는 거액의 탈모 치료를 받길 원했다.
엄마에게 나 돈 있으니까 가자! 외치며
두 달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기대에 부풀어서 갔다.
'이 정도 돈 내면 솔직히 뭔가 고쳐주겠지?'라는 기대.
처음 병원에 가니 설문조사를 작성하라고 했다.
Q) 친가/외가의 탈모 내력이 있는지? A) 없다.
Q) 몇 살 때 탈모 증상이 시작됐는지? A) 탈모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내 나이는 21살 정도였다.
Q) 하루에 머리가 빠지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 A) 머리가 빠지지는 않았다. 내가 뽑을 뿐.
작성을 끝내니 두피 촬영을 한다고 한다,
사진을 찍은 뒤, 의사 선생님과 함께 보며 진료를 한단다.
텅텅 빈 내 두피를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왈칵 났다.
찍기 싫다고 했는데, 찍어야 진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찍었다.
" 저는 안 보고 싶어요. 의사 선생님만 보여주고 말씀해달라고 해주세요"
그때까지도 나는 내 현실을 아는 것으로부터
최대한 회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검사 결과, 내가 주력으로 뽑고 있는 부위에는 머리카락 없이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고,
자극 받은 피부는 붉어져 있었다.
인위적으로 뽑다 보니 남는 흔적이라고 했다.
머리카락이 없는 정도를 일반 탈모로 치면 중간 단계 이상의 비어있음이라고
깔끔한(?) 정리를 해주시는데 또 한 번 눈물이 났다.
더 슬펐던 건 그때 옆에 있던 엄마와 동생을 보니 우리 모두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알겠어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선생님?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치료가 의미 없다고 하셨다.
뽑지 않는 부위를 보면 빈틈이라곤 전혀 없이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차 있다고, 이건 탈모가 아니라고!
두피에 자극을 주고 영양을 주입해서 머리가 다시 자라난 들 또 뽑으면 다시 반복될테니 말이다.
나는 간절했다.
그래도 치료해 주세요. 주사도 맞고 레이저 치료도 하면 원래 한 가닥 날 머리카락 두 가닥 나지 않을까요..?
제가 제 돈 주고받는 건데 치료받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