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야 사는 사람 ep.5

늘 미안한 마음

by 소울


늘 미안한 마음


나는 참 못난 자식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항상 우울하다고 말했고, 살기 싫다고 말했다.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인생이 이런 거냐고 재미가 없다고.

나를 태어나게 한(?) 것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에

그런 말들을 부모님께 했던 것 같다.

부모님뿐 아니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하나뿐인 동생에게도 마찬가지로.


'내가 이렇게 힘드니 제발 알아줘'

'날 위해 작은 무언가라도 해답을 좀 줘'

'나를 더 보살피고 아껴주고 예뻐해 주고 사랑해줘..'


그런데 그 말들이 어쩌면 그들에게는 폭력이나 다름없을 고통이었을 것 같다.

사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아직도 이런 나의 폭력은 끝나지 않았다.

" 병원에 갔더니 내가 엄마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대 "

"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에 뭔가가 잘못되었대 "

" 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

비교적 최근에 내가 엄마에게 전화로 쏟아 낸 말들이다.


깊은 한숨과 함께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는 엄마의 답변.

그 말에 또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 나.

도대체 뭐가 문젠지,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다.


내가 말하는 내용만 들은 사람들은

' 저 엄마가 자식에게 되게 몹쓸 짓을 했나? '

'사랑도 안 주고 키웠나?' 싶을 거다.

하지만 완전히 그 반대다.

과분한 사랑으로 키워주셨다는 걸 나도 인정하는데도 왜, 도대체, 뭐가 부족한 건지

나도 너무 답답하다.


나를 키우면서 보여준 수많은 사랑의 행동보다

거짓일지라도 그저 달콤한, 형체가 없는 사랑의 언어들을 나는 더 원했던 걸까.

그저 오글거리는 말을 못 하는 엄마의 성향이었을 뿐.

그런 말을 원하는 나의 성향이었을 뿐.

서로가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 그런 것일 뿐.

그렇게 생각하며 자랐다면 내가 덜 외로웠을까?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아 남아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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