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왕이라면...

2015년 9월 21일 일기

by 한솔

소비자가 왕이라면

우리 중 대부분은 언젠가 하인이 되고만다.

시간이 떨어지면 떠나야할 신데렐라의 궁전이 아니라,

돈이 떨어지면 떠나야할 소비의 궁전에서의 짤막한 권력과 쾌락을 뒤로한채,

다시 나보다 더 많이 가진이들의 궁전을

불안에 떨며, 때로는 멸시의 채찍질 맞아가며 세워올려야 한다.

내가 분출한 화는 훗날 나에게 화를 입힐 것이고

내가 내던진 멸시는 훗날 나에게 모멸감으로 꽂히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부메랑 던지기에 다름 아니다.

그 어떤 사람도 처음부터 스스로 왕을 탐하진 않는다.

지배욕과 소유욕은 '나'를 둘러싼 타인과의 관계가 나의 실존을 평온히 감싸주지 못할 때 스멀스멀 피어올라 공허한 나를 잠식한다. 온전한 내 자신을 타인이 받아주지 못해서 스스로의 인생에 통제력을 잃을 때, 나와 타인간의 관계가 마찰과 충돌로 마모되어 인생이 강박과 편집적인 울퉁불퉁함으로 점철될 때, 그리고 타인의 시선이 무시와 멸시로 내 심장을 뚫을때. 그럴 때 '나'는 공감과 상호호혜성이라는 광장을 빠져나와 스스로의 왕좌를 탐한다.

이 때 나에게 구십도로 인사하는 백화점의 청년들, 어떤 불만과 불평, 심지어는 분노까지도 수용해줄 수 있는 전화 상담원, 그 어떤 상황에도 미소를 얼굴에서 지우는 법이 없는 스튜어디스 등은 '나'의 인생을 신데렐라의 궁전으로 만들어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왕과 하인 앞에 광장과 축제 들어설 자리는 없다.

한 없이 무력한 하인과 한 없이 무력한 왕,

무한한 지배와 무한한 복종이 존재하는 지대에 공론장은 좀처럼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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