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삶

삶의 서사화가 주는 인생의 깊이

by 한솔

'이야기가 있는 삶'


삶을 끊임없이 서사화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타인과 나누며 이야기를 내뱉어내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야기는 나의 목소리를 통해 인생이 끊임없이 구성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이다. 편린된 삶의 경험들과 기억들이 (일시적) 질서를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야기가 구성되는 순서, 기승전결의 파동, 이야기를 나누어주는 대상, 이야기를 매개한 목소리 속에는 (노골적이진 않지만) 은밀한 주체의 가정과 믿음과 욕망과 아픔이 녹아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삶에 목적성을 지우고, 타인과 관계맺음에 있어서 의미의 연결망을 형성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살아갈 준비를 한다. 강은 바다로 흐르고, 바다는 다시 강으로 흘러내리듯, 우리는 소멸하기 직전까지 스스로의 삶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고, 그 이야기는 다시 우리의 삶을 써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인생을 끊임없이 주체적으로 서사화 시킬 수 있는 것은 큰 역량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하루하루 파편화된, 부유하는 이야기, 혹은 이미지들에 둘러싸여 단 한번도 스스로의 삶을 서사화 하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토막나버릴 수 밖에 없고, 토막난 삶은 무한한 순간성의 연속이라는 풍파에 쓸려 내려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체화된 만남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만남 속에서도 '헛도는 삶, 겉도는 말'이 계속되는 이들이 있다.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서사화 하는 능력을 박탈당한 이들과의 만남은 나를 가슴 아프게 한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내가 '돕는다'는게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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