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8일 일기
글이 잘 안써질 때.
살다보면 글 때문에 머리를 쥐어 뜯을 때가 종종 생긴다. 하이얀 종이의 무표정이 너무나도 매정해 보일 때, 모니터의 무한한 침묵 앞에서 머리가 백지가 될때. 그럴땐 내 앞에 있는 누군가를 스스로 그려야 한다. 스스로 글의 대상을 설정하다보면 글이 풀릴 때가 있는 것 같다. 힘든 친구에게 정말 해주고 싶었는데 조심스러워서 못했던 말들, 냉소와 혐오로 가득찬 지인에게 앞에서 대꾸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던 말들, 교수님 앞에서 침 튀기며 설명하다가 말이 꼬여서 매듭짓지 못했던 말들,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하려고 했다가 난데 없이 튀어나온--훗날 스스로 이불킥 날리게 만드는 말들--말들 때문에 정작 전달 못했던 중요한 진심들. 백지 앞에 대상을 그리다보면 이렇게 뱉어지지 못했던 말과 삶들을 주섬주섬 챙길 수 있고, 이는 멈춰 있는 손을 다시 움직이게 해준다.
종이와 모니터는 그런 뱉어지지 못한 것들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인다.
삶이 경험과 고민과 고뇌로 흠뻑 젖어 있을수록 잘 쓸 수 있는 것 (아니면 적어도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