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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노 Jun 06. 2024

회사가 괴로운 사람에게 퇴사라는 용기의 의미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시작에 대해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시련과 위기를 겪게 된다.

 삶이라는 게 그냥 숨만 쉬고 있다고 살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환경적 요인도 있겠지만 어디서든 스스로도 무엇인가 살아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러한 과정과 결과 속에서 우리에게 시련과 위기는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우리가 겪는 시련과 위기는 '강도'와 '지속시간'이 다르고, 각자가 가진 역량과 처한 환경도 다르기대응하는 형태와 모습들도 다양할 것이다. 시련과 위기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생각이나 행동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피하거나 이겨내거나"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든, 회사든, 사적모임이든 어느 곳에서나 그러한 고통의 순간과 불편한 상황은 올 수 있지만 이번에는 회사에 대해 집중해서 말해보고 싶다.(내가 회사에서 고통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최근 직장과 관련한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글 등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지금 일이 나의 적성과 맞는가"라는 것이다. 사실 직업에 있어 적성에 맞는지, 하고 싶은 일인지 등을 따지는 게 사치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직장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오래, 유의미하게 나를 정의하고 표현하는 주요한 곳이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머무르고 살아가는 터전이다. 이런 의미에서 직장을 잘 선택하여 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직장에서 하기 싫거나 불편한 일을 계속하며 산다고 생각해 보자. 어느 누가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아니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숨이 막히고 어지럽고 힘들 수 있다.

나부터도 직장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직장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모두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는 돈도 벌고, 동료에게 인정도 받고, 남에게 좋은 영향도 끼치는 직장생활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만족하고 충실한 직장생활을 하지는 못한다. 블라인드 등을 통해 인터넷에 떠도는 직장에 대한 불만, 불평의 글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장과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불만족(혹은 분노까지도)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불만이 가득하고 하기 싫은 업무에 주어졌을 때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은 1. 버티며 살거나 2. 이 직장을 나가는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사실 대부분은 버티면서 마음으로 '퇴직'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프로 불만인의 삶을 선택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퇴직 혹은 퇴사를 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이 전쟁이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다.",

"따뜻한 온실 속 회사생활에 익숙해져서 회사생활 고마운 줄 모른다.",

"일이 쉽고 할 만하니 퇴직이라는 허튼 상상을 한다.",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험난한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등등

퇴직을 말하는 이에게 많은 사람들은 걱정 어린 위협과 협박을 쏟아내곤 한다.

(많이들 들어봤거나 본 적이 있는 말들일 텐데 위의 모든 말들은 실제 내가 들었던 말들이다.)  


상대방을 위로해 주고 마음을 다잡게 한다는 미명하에 편하게도 나오는 입바른 소리들이 이어질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머물기 힘든 곳에 머무르는 사람의 고통과 메마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타인의 고민과 걱정을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저런 말들은 실제 효과가 있기는 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꿈꾸지만 그냥 그렇게 회사생활을 이어가며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아가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도 대다수 직장인들은 로또가 당첨돼서 시원하게 사표를 던지는 꿈을 꾸며 회사에서 준 미션을 열심히 꾸역꾸역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내가 하는 일은 하기가 싫은 걸까.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이번에는 우중충한 우리의 직장생활을 탈출하는 것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디든 지금 다니고 있는 그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우리 삶이 모두 내려앉고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살아갈 방법과 길은 있고 우린 그렇게 또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너무 애쓰는 것보다 새로운 길과 방법을 찾아 나서는 노력이 더 효과적이고 의미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너무 힘든 상황이라면 피하는 것도 방책이다. 굳이 이겨내기 위해 애쓴다면 그것 나름의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상처뿐인 인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순간의 생각과 감정만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다니는 회사를 때려치우기 위해서는 먼저 정말 지금 다니는 직장이, 내가 하는 일이 싫고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가짜 탈출 욕구에 속아 진정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막무가내의 회사 탈출은 냉혹한 현실만 더 깨닫게 할 뿐이다. 여러 심리학자와 유명인의 말들로 본인의 상황을 분석하려 해도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생각에 귀 기울이는 것이고 차분히 성찰해서 결론을 내는 것만이 옳은 기준일 거 같다. 그런데 차분히 성찰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퇴직을 생각하는 직장인이 차분한 기분으로 회사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나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퇴직을 생각하냐고 하면 숨 쉬듯이라고 대답할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은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전혀 못하게 될 지경까지 갈 것은 아니지만 쉬이 생각할 문제는 아니긴 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먹고살 방법은 어딘가에서 돈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직장인에게 회사는 크든 적든 돈 나오는 황금오리(혹은 동전오리일 수도 있지만)인데 쉬이 배를 가를 수 있겠는가.(실제 배가 갈리는 건 사표를 쓰는 우리일 수 있겠지만) 많은 고민과 고려가 필요한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런 생각의 시작점으로 지금 회사에서 나가려는 이유부터 정확히 짚고 갈 필요가 크다. 퇴직에 대한 욕구는 크게 두 가지에서 나온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의 일을 그만두고 싶어지는 경우이다. 많은 배우나 가수들이 성공 후 이런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니고 있는 회사가 큰 문제가 있거나 회사생활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거 같고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 내가 꼭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가고 싶은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여러 이유로 당장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기란 쉽지 않다.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정하고 우리는 물 위의 백조처럼 벌기 위해 쉼 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퇴사에 대한 주변의 반대도 더 심할 수 있다. 향후 마음속의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지만 그만두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경우다.

두 번째는 진짜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나와 안 맞고 일을 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다. 이 경우가 오히려 전자보다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 같다. 일단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우니 퇴직이라는 수단을 썼지만 그 후에 대한 깊은 고민은 부족했다면 현실의 냉혹함 직격타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생존을 위한 벌이를 그만둔다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선택의 결과가 큰 효과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도 많다. 주변에 안정적인 공직이나 전문직을 그만두는 지인들을 봐도 엄청난 결정을 한 것 같아도 결국 자기 자리를 다시금 찾아서 또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면 퇴직이라는 것도 그저 삶의 또 다른 선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게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삶에 진심이며 충실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지고 다시 열심히 해나가기 때문 일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다들 지금 잘살고 있는 것을 보면 회사는 어떤 의미고, 우리가 대체 무엇을 걱정하며 사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포인트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삶이란 우리의 선택에 크게 좌지우지되고 우린 그렇기에 매우 공을 들여 고민하고 고심해서 선택을 하지만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내 삶을 반추해 보면 생각보다 우리의 선택은 그렇게 대단하거나 압도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러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한 선택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실패하고 낙오한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 매 순간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해왔고 나름 또 살아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고민과 숙고의 시간 후, 지금 있는 직장이나 업무가 자신에게 맞지 않고 더 이상 버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이 됐을 때 그다음 실제 필요한 것은 회사문을 박차고 나갈 용기뿐이다.


사실 퇴사로 모든것이 해결되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찾을수있는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당장은 홀가분할듯


사표를 던지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후의 삶도 살아진다. 바로 죽는 것이 아니다.

삶은 계속된다. 우린 또 살아가게 되고, 살아지게 된다.

회사를 나가 더 불행해질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이미 불행한 그곳에서 더 버티고 있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회사밖이 지옥이라도 그곳에서 살아갈 방법이 분명 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을 지옥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내가 퇴사를 권장하거나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그냥 할만하면 하는 것도 삶을 잘 살아가는 방식이고 태도이다. 그런데 회사에서의 일이 진짜 너무 하기 싫고,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괴로운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이거나, 자신이 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에게는 퇴사라는 것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으니 용기를 가지고 내질러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회사를 나가게 되더라도 굶어 죽거나 불행하기만 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자기가 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삶이야말로 주체적이고 의미 있는 인생일 것이다. 

회사 안에서 주체적이고 의미 있는 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주체적이고 의미 있는 회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뿐인 인생, 정말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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