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5년 차 은행원입니다

by 은행원


지극히 내성적인 아이였던 내가, 서비스직에 종사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 성향 상 연구직이나 일반사무직 정도가 맞았을 듯한데 인생은 정말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상대하면서 매일 드는 생각이 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다 다르구나. 결국 내가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구나. 로봇이 아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더 어렵다. 같은 말을 들어도 내 기분 상태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게 다르듯이 말이다.




베스트셀러 중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책이 있다. 나도 무례한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보았다. 무례를 넘어 몰상식한 사람. 면전에 욕을 하고, 침을 뱉는 사람까지. '사회생활이란 게 이런 건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해 주었던 많은 사람들. 물론 좋은 분들도 너무나 많았다. 아플 때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약까지 챙겨주신 분들. 그런 분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얼굴과, 미소와 향기가 기억에 난다. 그 반대인 사람도 기억에 남아 있다. 어쩌면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에겐 너무 충격적이었으므로.




대학졸업 전까지의 인간관계는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내 주변엔 마음에 맞는 친구, 나랑 친한 사람만 있었다. 나랑 성향이 안 맞는 사람을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인간관계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선택되었다. 싫든 좋든 매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고, 무엇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은 뭘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에 대한 고민을 해봤던 것 같다. 사회초년생 때는 그 방법을 몰라서 울기도 많이 울고, 술 마시면서 풀고 어리숙했던 나는 대처 방법 또한 미숙했다. 지금은 무례한 사람을 만나면 내 태도부터 돌아본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나의 말 중에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말이 있었을까? 내가 한 말이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왜 학교에서는 말하는 법이나 쓰는 법, 직장생활 잘하는 법, 돈을 불리는 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 사회 나오니 진짜 공부가 시작되었다. 나는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 요즘엔 나의 말하기를 되돌아보고 있다. 하루 동안 내가 쓰는 말 중에 정말 꼭 필요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한 말은 없었을까? 이 말은 꼭 해야 했을까? 조금 더 신중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아직 많이 미숙할 것이다. 30년 넘게 나의 말하기와 나의 쓰기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말하는 것과 깊숙한 연관이 되어있으니 나는 앞으로도 더 나의 말하는 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느낀다. 누군가와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가 사람임을. 그렇다면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일지 늘 고민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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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반차인 어느 날, 프리랜서처럼 출근하듯 카페에 온다. 진짜 프리랜서들의 삶은 이런 것일까? 생각하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좋은 음악이 흐르고, 창밖에는 비도 온다. 내 기분을 더 좋게 만들어 준건 늘 같은 맛을 주는 커피. 그리고 일찍 온 손님 중 한 명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준 직원 덕분이다. 커피 잔을 받아오면서 건네는 감사 합니다. 한 마디.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감사함의 기본일 것이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당연하지, 가 아니라 오직 나를 위해 만들어준 따뜻한 커피가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힘을 줄 수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해 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말은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정말 최고야"

"정말 멋져"

"정말 잘했어"

"정말 대단해"


오늘은 멋진 말들로 가득 채운 하루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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