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억도둑

2장. 잃어버린 조각들

기억도둑

by Lamie

바깥에서 불어온 찬 공기가 실내를 스쳤다. 종이가 흔들리고, 샹들리에의 빛이 살짝 흔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서너 걸음 안쪽으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젖은 우산을 손에 쥔 채, 무언가를 찾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다시 남자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핸드폰을 쥔 채였다. 화면은 꺼졌고, 손끝은 가만히 화면 위에 얹혀 있었다. 눈길을 돌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손끝이 살짝 저릿했다.


방금 스친 감각 때문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 때문일까?


카운터 너머 매니저가 새로 들어온 손님을 맞이하며 말을 건넸다.

그 틈에,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게시글의 댓글.

“그 기억, 당신 것이 맞나요?”


이 문장이 낯설지 않았다.

마치 아주 오래전에 본 문장처럼.


그녀는 댓글을 남긴 계정을 다시 살폈다.

익명. 프로필 사진 없음.

남자가 이 글을 보고 있었던 건 분명했다. 하지만, 정말 그가 댓글을 단 사람일까?


그때,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무심한 척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매니저와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를 들었다.


“레스토랑 주인은 언제 오죠?”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주인.

그녀가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

매니저는 여전히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요즘 자주 안 나오십니다.”


남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가 자신을 다시 볼까 봐.


그 남자는 그대로 레스토랑을 나갔다.


남겨진 것은 텅 빈 자리, 그리고 흔들리는 샹들리에의 그림자.


그녀는 카운터 쪽을 보았다.

매니저가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잠시 멈칫했다.


“그 사람, 자주 오나요?”

그녀가 물었다.


매니저는 컵을 닦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짧게 대답했다.

“오늘 처음 본 손님입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서자, 레스토랑 문이 다시 닫히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

비는 조금씩 멈추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그녀는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문득 꿈속의 장면이 떠올랐다.

흐릿한 풍경.

어린 남자아이.

그리고…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눈앞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마치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다음 장에서 계속…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장. 잿빛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