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 날처럼 눈이 내리네요
“역시… 말이 안 되는 일이야.”
나는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이 모든 건 어딘가 이상했다.
기억은 흐릿하고,
감정은 지나치게 선명하고.
누군가가 20년 전의 조각을 꺼내
눈앞에 던져놓은 느낌.
마치 아무 일 없던 시간에 균열이 생긴 것처럼.
이건,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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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도 이 카페에 들어오면서,
이상한 걸 느꼈거든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조심스럽지만,
단단했다.
“살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왜 오늘… 생각이 난 건지.”
그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Tim의 메모가 툭,
정말로 툭 떨어졌어요.
책갈피 사이에서요.”
“기억도 안 났는데…
이상하게 그냥,
여기에 와야 할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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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로 표현하기엔
이 순간이 너무 조용하고,
너무 커서.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내리네요.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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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벚꽃 대신 눈이 날리던 봄의 끝자락.
나는 회의실에서 바쁘게 일하다
그 소개를 건넸었다.
아무 기대도, 아무 감정도 없이.
“그 형은 나보다 더 어울릴 사람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넘겼던 그 하루.
그 하루가,
지금 이 겨울 밤으로
되돌아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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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님도… 혹시,
오늘 아니면 안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시나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
그 목소리.
그 이름.
모든 것이 조용히 내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와 마주 앉아 있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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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다.
따뜻한 카페 안, 테이블 사이에 놓인 차 한 잔과 낡은 메모.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세상은 멈춘 듯 조용하고, 음악은 천천히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