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소설 [감정은 흐른다 - 기억의 온도] 1

1장. 편안하다

by Lamie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창가에 앉아 있던 윤서진은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바람이 살짝 불어와 익숙한 커피 향이 방 안을 감쌌다. 창밖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평화롭고, 조용하고, 편안한 순간이었다.


“커피 마실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진은 고개를 돌렸다. 주방에 서 있는 도윤이 보였다. 무심한 표정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의 손길은 거칠지만 능숙했다.


그녀는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네가 내려준 거면 뭐든 좋아.”


도윤은 아무 말 없이 커피잔을 그녀 앞으로 밀어놓았다. 서진은 익숙한 쓴맛이 입안에 퍼지는 걸 느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런 순간이 너무 좋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관계.


그녀는 창가에 기대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커피 향과 따뜻한 햇살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 도윤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따가 어디 갈래?”


서진은 천천히 눈을 뜨며 대답했다.


“음… 그냥 여기 있을래. 너랑.”


도윤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서진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왜 그렇게 봐?”


“그냥. 너무 평온해서.”


그 말에 서진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녀도 그랬다. 이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너무도 덧없었다.


현재


서진은 조용히 눈을 떴다.


창밖으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커피 향도 여전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커피잔을 들고 있는 건 더 이상 도윤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 속에서, 더 이상 자신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기억은 이제 나만의 것이 되었다.


(다음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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