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리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by Lamie

나는 정리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2017년부터, 나는 감정을 숨기며 살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일찍 사춘기가 온 딸의 반항이 서운해서였을까?

아니다.

그 애의 눈빛.

그 모른 척하던, 멀어져 가던 눈빛이 나를 무너뜨렸다.

그게 사춘기라고, 독립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나를 괴롭힌 건 딸의 변화가 아니라, 나의 고립이었다.


그 순간마다 나는 묻고 싶었다.

남편에게.

“왜 당신은 딸이 집에서 쉬는 걸 못 견뎌?”

“왜 아들이 숙제 안 하는 걸 보면 그리 화가 나는 거야?”

“왜 청소에 그토록 집착하는데?”

“그리고 왜, 내가 말했을 때 날 내려다보며 무시했어?”

나는 그 대답이 듣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는 듣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또다시 내게 말할 것이다.

“네가 문제야.”

“넌 핑계만 대.”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말 할 게 많은데 참은 거야.”


그때부터 나는 멈췄다.

말을 삼켰다.

부부 상담을 해보자 하려던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먼저 물었다.

“이걸 말하면, 무너질 텐데 괜찮을까?”

아니다. 무너지는 건 나뿐이다.


그는 말한다.

내가 정리하지 못한 물건이 문제라고.

그 물건이, 그 먼지가,

우리 관계를 망친다고.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그 물건이 아니라, 당신의 말이 나를 망쳐.”

“당신의 시선이, 당신의 무시가, 당신의 확신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일부러 정리하지 않았다.

물건 위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보면서

나의 분노도 쌓였다.

그것이 나의 작고 유치한 반항이었는지도 모른다.

치우지 않으면 불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내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설명되지 않은 감정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단순하고 정리된 걸 좋아한다.

하지만 마음과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다.

몸이 멈춘다.

의지가 무너진다.

그게 죄인가?


나는 정리되지 않은 사람이다.

감정도, 공간도, 관계도.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나는 살아남으려 발버둥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남편은 반복한다.

“너랑 애들은 지저분해.”

“정리 좀 해.”

그 말은 이제 메아리처럼 들린다.

의미 없이, 감정 없이,

단지 반사적으로 되풀이되는 말.


나는 묻는다.

“과연 이걸 어찌 해야 내 맘이 청소될까?”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이 질문을

내 안에서 조용히 반복한다.

내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정리되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은 사람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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