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중의적 의미에 대하여.
연말과 연초의 안부 그리고 관계.
안녕에는 say hello vs say goodbye 의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또한 연말에는 한해를 굿바이하는 의미로
연초에는 한해를 맞이하는 의미로
카카오톡의 메시지가 붐빈다.
사실 일상적인 안부인사는 자주하는데,
시즌이 되어 해야하는 인사에는 익숙하지 않다.
주로 먼저 오는 인사에 답변하거나
꼭 필요한 그룹에게만 인사를 나눈다.
신년 가족 모임 속에서 이는 나 뿐 아니라
가족의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가 그 메세지 보내는 것을 어색해하는.
똑같은 이미지와 복사한 듯한 동일한 멘트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한국사회에서는, 그 식상하다고 느껴지는 행동이
예의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오랜만에 그렇게 연락오는 누군가가 반가우면서도
선뜻 내가 먼저 주도적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점점 관계의 느슨함이 편해진다.
전혀 다른 맥락같지만 일상을 너무 소소하게
나눠야 하는 강박적인 관계보다는
느슨하게 흘러가듯 풀어져 가는 관계의
길이가 더 좋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격변의 30대를 보내며
관계의 차가움과 뜨거움을 모두 맛보았다.
우정의 기준이 어디서부터일까 혼란스럽기도 했으며, 인생의 중요한 시점마다
어떤 관계는 확장되었지만 어떤 관계는 단절되었다.
신기하게도 단절된 관계는 느슨한 사이보다는
한때 친밀했던 사이가 더 많았다.
서로의 기대가 컸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주로 난 무심한 편에 속했고, 섬세한 편의
그들이 돌아서는 이유를 모르긴 했지만.
그 이유에서일까.
어느순간부터 애쓰는 관계보다는
애쓰지 않아도 진하지 않아도
그렇게 옆에 있고, 가볍지만 길게 가는 사이가
편하다고 느끼는 건.
2020년의 시작.
올해도 그러했다.
친한 이들과는 별 메세지 없이.
오랜만에 연락하는 이들과만
새해의 명분으로 안부를 전하며.
그 안녕(hello)이 안녕(good bye)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한 해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