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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Dec 01. 2020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독신으로 살겠습니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

  결혼


결혼이란 무엇이고 결혼이란 누구를 위한 거며 결혼은 왜 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아니 나에겐 결혼이란?





사전적 의미로 '결혼'이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 을 뜻한다. 그렇다 보편적으론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평생을 약속하며 행복을 꿈꾸며 '함께'살아가고자 '결혼'을 택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다양한 형태로 결혼이란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구나 현시점 21세기엔 다양한 미디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로 인하여 우리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던 결혼에 대한 생각이라던지 이미지, 양상 또한 여러 가지로 나뉜다.


'결혼'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어우러져 있다. 사회적, 경제적, 감정적, 집단적 등등.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이지만 결코 둘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가지치기하듯 '나'와 '너'의 주변에 묶여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이런저런 간섭을 받는 게 결혼이다. 둘이서만 영원히 행복할 거 같던 결혼은 '이런저런' 현실에 부딪혀 천년의 사랑마저도 식게 만든다. 돈문제가 됐든, 점점 변하는듯한 그 사람이 됐든, 상대방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든, 믿음이나 배려 참을성 같은 감정적 문제에 의해서든. 설사가상 아이까지 낳게 되면 '현실의 문제'는 몇십 배는 더 증폭되어 결혼을 후회하는 경우의 수를 수십 개는 더 낳는다.


사실 우리는 이미 연애할 때 돌고도는 감정의 고리 안에서 위의 문제들을 체감하고 있다. 서로의 다름 앞에 사그라드는 감정들과 반복되는 문제의 패턴 앞에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는 느낌을 충분히 느낄 기회도 있었을 것이고 이 문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남의 끈을 놓지 못한다. 매번 다음은 다를 거라 생각하고, 이미 그 사람이 스며들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일상을 한순간에 내동댕이 치기 힘들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너와 내가 만난 기간이 아까워,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슬슬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다 결혼을 하니깐.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선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직업 가지고 적당히 경력 쌓으면 적당히 결혼하여 적당히 아기를 키우며 사는 게 일반적이니깐. 그 적당히에 들어가 평범해지기 위한 심리적 요인 때문에, 혹은 노년에 혼자이기 싫다는 막연한 생각 앞에 현실 속 돌파구로 결혼을 택하고 결혼이란 이벤트 안에선 뭔가 예전관 다를 거란 기대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왜?


첫째.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할 거였으면 연애하는 그 당시 같은 문제로 수십 번 부딪히기 전에 바뀌었어야 한다. 나의 상식선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문제는 그 사람에겐 일상적일 수도 있다. 사람은 자라온 환경 안에서 경험한 것들로만 사고를 하니깐. 결국 상대방이 볼 땐 나도 변하지 않은 건 똑같다. 둘 중 누구도 문제를 포기하지 못하는 거다. '본인'에게 맞추어 물 흐르듯 흘러가길 바랄 뿐.


. 누가 뭐래도 결혼은 현실이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는 행복하다. 는 어쩌면 소수의 선택받은 인들만이 느끼는 축복이 아닐까? 사랑의 유통기한이 2년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봤을 거다. 과학적으로 페네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의 감소로 인해 우리는 권태감을 느낀다. 호르몬 적으로도 권태감을 느끼는데 현실에선 진절머리 나게 하는 상황들이 더 많다. 하다 못해 노동이 개입하게 되면 옷 벗어놓는 것 까지도 티격태격하게 된다. 자연스레 손익 관계가 슨다. 놀랍게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보다 조건보고 결혼한 사람이 결혼생활에 더 만족했다.


. 노년기의 외로움에 대한 걱정. 기대 수명이 늘어난 현시점 혼자 사는 사람은 혼자 살아야 할 기간이 잠정적으로 늘어난다. 그에 따라 혼자가 싫어 적당히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을 생각한다. 그러고 결혼만 하면 노년에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은 결혼했어도 이혼을 하거나 사별할 경우는 아예 지워버리는 아주 오만한 생각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고, 한날한시에 같이 죽을 수 없다. 누군가는 남을 것이다. 그리고 삶은 다양한 형태로 나에게 찾아온다. 이혼하지 않을 거란 장담은 결혼 전 혼자만의 믿음 속에나 통하는 거다. 실로 원래부터 독신으로 살아왔던 사람보다 갑작스러운 사별이나 이혼을 겪은 사람이 더욱 혼자에 괴로워한다.


씁쓸한 말이지만 어쨌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혼은 결국 다음 셋 중 하나의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 사별하거나 이혼하거나 혹은 둘 다 죽거나.

결혼 생활이 어떻게 끝날진 아무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이 낫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결혼 생활이 어떻게 끝날지는 개인의 바람과 전혀 관련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진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많으니깐. 또한 독신이 외로운 것이라면 결혼한 수많은 이들도 왜 외롭다 말하는 걸까? 유명한 말 있지 않은가 같이 있어도 외롭다. 결국 자기 인식이 이 외로움을 결정하는 거다. 스스로가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고 싶다면 외로움이란 주관적 감정임을 깨닫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걸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섹스인더시티 한 장면


왜 우리는 결혼을 꿈꾸지 않는가?


시대는 변한다. 결혼은 점점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1. 인구 통계적 변화

헬조선을 외치면 이런 나라에서 무슨 아이를 낳아 기르냐 하며 우리나라만 심각한 출산 문제를 가지고 있겠거니 하겠지만 사실 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 여성의 역할 변화

서양 사회를 중심으로 성 평등 사회가 발달하면서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의 의무를 덜 강조하는 대신,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면에서 발전할 기회를 제공했다. 더 이상 경제적으로 의존하지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화 속에 살고 있지 않다.


3. 이혼에 따른 위험 회피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손익 관계를 따진다. 이혼은 개인의 행복을 크게 위협하는 사건인 반면, 결혼은 별로 이득이 없어 보인다.


4. 경제적 요인

최근의 경제 위기와 재정난은 독신들이 남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많은 독신이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혼을 미룬다.


5. 교육

개인의 목표나 직업적 목표를 위해 남녀 관계를 포기하는 이들은 대개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자립이나 개인주의와 관련된 가치관이 많이 나타나 결혼과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다.


6. 종교적 변화

일반적으로 종교는 결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종교적 환경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이혼하는 것과 관련해 엄격한 제약을 두기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게 하는 쪽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7. 대중문화와 언론

1990년대를 기점으로 21세기 첫 10년 동안 미국의 대중 매체는 <사인펠드>, <섹스 앤 더 시티>, <윌 앤 그레이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30대 이후 독신의 삶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그들에 대한 이미지도 '노처녀'에서 '당당한 독신 여성'으로 탈바꿈했다.


8. 도시화와 이민

도시화는 여러 방면에서 가족 구조와 새로운 가족 문화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도시 환경은 인구가 팽창할수록 다양성이 늘어 전통적 가치인 순응주의를 버리는 행위가 정당화되었다.



이 모든 메커니즘을 고려하면 독신 인구 증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당장 주변만 봐도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 혼자가 좋다는 사람들, 일이 더 좋고 누군가에게 결속되어 주체성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독신으로 행복할까?


1. 자기 삶에 주인 의식 가지기

행복하게 사는 노년기의 독신들에게서 처음 발견한 공통점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상황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결혼 생활 대신 사회적 유대감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사는 것. 연애나 결혼의 실패로 자신의 삶을 내팽개치는 것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고, 나의 삶에 주인이 되어 충만감을 채워줄 평생의 일을 하고 취미를 가지는 것. 그 속에서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점을 느끼는 것. 나를 나로 채우는 것이다.  특히 일은 독신들의 행복에 관한 논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오랜 기간 독신으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기보다 직업적으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일의 편의성이나 높은 수입이 아닌, 심오한 의미로서 일이 가지는 의미, 자기 만족감을 찾는 행위를 말한다.  


"나는 지금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 요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에 매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터넷 라디오 쇼도 진행하고, 친구들과 함께 연극도 한다. 며칠 뒤에는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가야 해서 정신이 없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다시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면 이렇게 재미난 일들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92P


2. 사회적 편견 뛰어넘기

나이 많은 독신들은 사회적 도전을 두 배로 경험한다. 오래 기간 혼자 산 사람은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비난을 사고, 나이 많은 사람은 아프고, 지루하고, 힘들게 살 것이라는 편견을 산다. 과거 우리는 독신이라 하면 그들을 달갑지 않은 존재로 묘사하는 미디어와 인쇄물 덕분에 고정관념이 자리 잡았다. 정작 당사자는 평온한데 부모님이 결혼하는 게 소원이란 소리를 한다. 전통을 중시하고 종교적이며 보수적인 사람들은 가족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두기 때문에 독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하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미혼이란 이유로 일을 더 떠맡게 된다. 그럼에도 점점 더 많은 인구가 독신으로 사는 것을 택하고 있다. 우리는 이 차별을 인식하고 깨달아야 한다. 아직까진 어쩔 수 없는 사회 환경 속에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아량을 가지고 자신의 삶에 더욱더 확신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을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가 어떤 이미지로 내보일 것인지를 확고히 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내보이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긍정적 자기 인식은 이혼, 사별, 미혼 그룹 행복지수에 유사한 관계가 있다.


3. 공동체 네트워크 만들기

우정이라는 관습은 결혼이라는 관습만큼이나 오래되었다. 독신이 주류인 시대가 되면 우정은 결혼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메워주는 의미로 부상할 것이다.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을 이야기를 하고, 공감하고, 비슷하게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비슷하게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보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낀다. 우정은 친밀감과 대인 관계를 확립하는 여러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 우정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물리적, 정서적, 사회적, 지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길을 펼쳐 보일 것이다. 뭐든 좋다. 인터넷이 발달한 현시대에 웹사이트나 카페를 통해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있는 공동체에 들어갈 수도 있고 SNS 플랫폼에서 글과 사진을 통해 소통할 수도 있다. 대단한 시대의 도구를 활용하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렇듯 독신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은 그들이 접하는 사회적 불이익과 낙인, 편견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미 일본은 초식남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독신을 더욱 선호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취업과 올라가는 물가, 치쏟는 집값에 살 터전 하나 손쉽게 마련하지 못하는데 아이까지 낳게 되면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는데만 어마한 돈이 든다. 이런 단순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도 있지만 갈수록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탈물질주의를 지지하며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한다. 확실한 것은 독신으로 사는 모습이 점점 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고, 결혼 생활은 우리 생각 같지 않다는 점이다. 파탄난 결혼생활을 맞이하거나 배우자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믿는 구석이 타인이 아닌 본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느 쪽이 되었든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독신'에 대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결혼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1. 결혼을 그저 사회적 압박과 외로움에 대한 현실 도피처로 택하지 말 것.

2. 결혼 후 펼쳐질 인생에 대해 현실적인 면을 따져 적어도 최소한의 준비된 상태에서 하는 것이 나의 행복을 위함인걸 알 것. 에이~ 이거 뭐 괜찮겠지 하는 게 제일 발목을 잡는 일임을 알 것.

3. 주변 친구가 결혼한다 하며 뻔히 보이는 문제점에 말리면서도 자신의 시야는 가려 보지 말 것. 나는 실패하지 않겠지, 나의 배우자는 안 그러겠지 라는 생각을 버릴 것.

4. 언제든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할 것.


<이런저런 것들에 진절머리가 나 더 이상 결혼에 대한 미련이 없는 이들에게>


1. 평생 자기 효능감을 채워 충만감을 느낄 직업과 취미를 가질 것. 나를 나로 채울 것.

2. 충분한 재정상태와 건강상태, 나를 도와줄 시스템들을 만들어 놓을 것.

3. 어울릴 커뮤니티와 공동체 공간을 유지할 것, 타인에게 친절하고 평생 취미와 사상을 공유할 친구를 만들 것.

4. 혼자임을 즐길 것. 자신의 감정들에 충실할 것. 끊임없이 자아를 찾아 나설 것.



행복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생은 자신으로 채워가는 과정이다. 타인은 결코 자아를 만족시켜 주지 않는다. 자아를 찾는 건 어렵기 때문에 가치 있다. 함께여서 행복한 점도 분명히 있고, 함께 이기에 느낄 수만 있는 감정들도 있다. 삶에 뭐가 정답이라 잘라 말할 순 없지만, 뭐든 가보지 않은 길을 부러워하고 후회하기 마련이다. 겪지 못한 일들은 겪지 못했기에 알 길이 없으니깐. 그러니깐 뭐든 선택을 했다면 자신의 선택에 확고함을 가지고 좀 더 나은 방향을 걸어가면 되지 않겠는가 싶다. 세상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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