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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Jan 10. 2021

내가 도무지 너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알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나를 나 답게 만드는 것들


"사람들은 정말 이상하기 그지없는 일들을 한다. 그렇지 않은가? 아마도 당신은 자신이 정상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당신을 정말 괴짜라 생각할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식생활에서 습관, 신념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어떻게 그럴까?"

-p7


제목만 들려도 확 끌리는 이 책은, 서문에서 조차 나를 끌어들여 몰입시켰다. 맞다. 매일같이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 늘 하는 말들이 있을 거다. 쟨 왜 저럴까? 어떻게 그러지? 그게 말이 돼? 난 도통 널 이해할 수 없다.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친구까지. 직장 상사며 동료며 심지어 뉴스나 기사, 하물며 유튜브를 보면서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늘 입에 다는 말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의 빈도수는 하루에 얼마나 될까? 세보진 않았어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최소 하루 한 번은 나오는 거 같다.


그럼 도대체 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까? 뭐 사회엔 도덕적으로 생겨난 통념이란 게 있고, 법도 있고, 규칙도 있다. 일반적으로 나쁘다 하는 일이 있으며 살을 빼기 위해선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되고, 담배와 술을 끊기 위해선 그냥 안 피우고 안 마시면 되는 단순한 해결법도 있다. 뭐 맞다. 그러면 된다. 그러면 되는데 누군가는 많이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술에 빠져 사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누구는 브로콜리를 좋아하는데 누구는 치를 떨게 싫어한다. 또 누구는 사랑에 홀라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해 미련하다시피 자신을 다 받쳐 태우고, 그런 사람을 보면서 혀를 차는 누군가는 어쩌면 술값으로 진탕 하게 돈을 써 재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 '일반적인' 통념, 법, 규칙 따위와 단순하게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입을 모아 저걸 저러면 안 되지! 하는 해결법등이 있는데도 왜 사람들은 하나같이 죄다 그 방법을 등지고, 그걸 못해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가는 걸까. 몰라서 그럴까? 아니 그 정돈 누구나 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사람들일수록 '나'에 대해선 모른다. 운명은 의지가 아니다. 수 세기에 걸쳐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과학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쩌면 저 하늘의 별 같은 꿈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가 자기가 자신의 북소리를 따라, 자기만의 방식대로 산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과학은 이 북소리의 리듬이 맨눈에 보이지 않는 타악기 연주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우리는 자기가 북을 울리고 있다고 믿으며,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p9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DNA. 운명을 결정하는 DNA는 그 조작에 의하여 누군가에겐 대저택을 선사하였고, 누군가는 허름한 집을 쥐어 주며 세상 밖으로 떠밀어 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유전자 꾸러미에 불과한 존재는 아니다. 뼈대를 쌓아 올리는 게 유전자라며, 집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것은 후생유전학이다. 태어나기 저부터도 DNA에 영향을 미치는 후생유전학은 어떠한 모습으로든 나타난다. 그것은 비만이 될 수도 있고, 우울증이나 불안, 지적 능력의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DNA에 상처를 남긴 후생유전학은 여러 세대에 걸쳐서 전해지기도 한다. 이런 후생유전학과 함께 미생물 또한 우리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위장관 속에 우글거리는 수조 마리의 미생물들도 우리의 음식에 대한 갈망, 기분, 성격, 그리고 그 외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하지만 생물학에 대해 배워갈수록 이런 지나치게 단순한 개념은 더 이상 울림을 주지 못했다."




DNA

DNA는 나선형 계단과 비슷한 이중나선 형태를 하고 있다. 각 계단은 핵산이라는 생화학물질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구조 덕에 DNA는 유전자라는 유전 단위를 담고 다닐 수 있고, 두 개의 핵산은 지퍼가 내려가는 것처럼 분리될 수 있다. 그렇게 분리된 DNA는 그 암호가 노출되면서 전령 RNA라는 운반 분자로 전사되어 단백질을 만든다. 이 단백질은 세포와 조직에 구조와 기능을 공급한다. 오늘날 과학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DNA를 구성하고 있는 핵산 30억 개의 염기서열 분석을 마무리했다. 인간의 과학은 우리의 창조주를 만나게 해 주었다.


DNA는 몸뚱이뿐 아니라 지능, 행복, 공격성 등 더 복잡한 특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고, 어떤 존재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후생유전학

하지만 유전자에는 변이가 일어난다. 이 변이들이 앞서 말한 지능, 행복, 공격성, 중독, 기분 등을 대하는 나를 바꾸어 놓는다. 이 변이가 얼마나 중요해질지는 우리의 환경이 좌우한다. 자외선, 담배, 알코올, 석탄, 배기가스 등 환경적 문제도 우리의 유전자에게 돌연변이를 만들게 할 수 있다. DNA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속 모든 세포는 똑같은 21,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뇌 세포에선 뇌세포의 유전자가 켜지고, 엉덩이 세포에선 엉덩이 세포 유전자가 켜진다. 이것을 발현이라 하고 전사인자라는 단백질은 유전자의 시작 부위에 자리 잡은 촉진 자라는 DNA 염기서열에 부착함으로써 유전자 발현 여부를 통제한다.


즉 배아였을 때 뇌세포든 엉덩이 세포든 어느 유형이라도 될 수 있는 줄기세포의 운명을 이 속에 들어 있는 전사인자가 쥐고 있는 것이다. 쥐고서 어느 곳에 더 발현을 시킬지를 결정한다. 호르몬들도 그 역할에 일조하는데, 환경 속에는 내분비교란물질로 작용하는 물질들이 많다. 일부 의약품, 살충제,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비스페놀 A 등이 해당한다.


전사인자는 유전자 활동 조절에서 핵심 역할을 하지만, 단독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일부 구간은 촘촘하게 말려 있는 반면, 일부 구간은 느슨하게 열려 있다. 닫혀 있는 유전자는 열린구간의 유전자들보다 덜 발현된다. 이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전사인자의 접근은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는데, 첫째는 멜틸화(멜틸기가 유전자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유전자를 읽기 어렵게 만든다.)이고 둘째는 히스톤이란는 단백질 군이다.(실처럼 유전자를 감아 엉키게 한다)


이것이 바로 후생유전학이다. DNA 염기서열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유전자를 넘어'라는 의미이다. 덕에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후성유전적 표지를 받아 태아는 프로그래밍된다. 엄마의 배 속에부터 운명이 또 한 번 정해지는 것일까?



미생물 총

우리의 유전자 생태계엔 수백만 가지의 유전자를 추가로 기여하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미생물이 수조 마리나 살고 있다. 우리는 이들과 공생 공사한다. 우리는 미생물에게 보금자리와 식량을 제공해주는 대신, 미생물들은 음식을 소화시켜 주고 비타민을 만들어 주는 등 우리의 기능을 돕는다. 우리는 살면서 계속 미생물을 획득한다. 사람이나 동물과의 상호작용, 식생활, 지리, 위생 기준, 질병, 나이 등에 따라 장속에 서로 다른 유형의 세균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미생물들 또한 식욕에서 상처 치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위장관 세균들은 뇌에 작용하는 생화학물질인 신경전달물질의 주요 원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정해진 운명을 쥐고 태어났다.


TAS2R이라는 유전자 군이 변이 되어 티어 효소를 덜 감지하여 브로콜리의 쓴 맛을 더 잘 느낀다. 덕에 브로콜리가 유독 싫을 수도 있으며, 랩틴을 받아줄 수용체인 LEPR에 이상이 생겨 먹어도 먹어도 만족이 안될 수도 있다. 또한 우리의 장엔 식단을 불균형하게 만드는 후벽균이 의간균보다 더 많이 존재할 수도 있으며, APH4라는 알코올 분해효소 단백질이 없어 술에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엄마가 살던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이 받아 코르티졸이 많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태아에게 프로그래밍되어 태어난 아기는 도파민을 위해 마약에 빠질 수도 있다.  


가난한 환경에서 편도체가 과도하게 일하는 상황에 갇히면 우울증 증상을 더 잘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을 만드는 장내 미생물들은 뇌와 이어져 있어 우리의 기분을 만들기도 한다. 노인이 괴팍한 이유는 항시 복용하는 약의 항생제 때문일 수도 있다. MAOA 효소가 떨어지는 사람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을 분해하지 못하여 충동에 쉽게 휩싸이고 적개심을 쉽게 들러낸다. 부정적 아동기의 경험은 이 MAOA 유전자 변이를 만든다.


입맛, 식욕, 중독, 기분, 분노, 사랑, 정신뿐만 아니라 나의 신념까지도 만들어 확증편향, 이야기 짓기 오류 속에 살아가게 한다. 유전자 변이는 특정 성격을 띠기 쉽게 만든다. 특정 리그와 팀을 응원하고, 각자 정치적 성향이 있다. 종교도 있으며 뭐든 '편'이 있다. 이것들은 팩트를 외면한 채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보다 자신을 더 괜찮은 사람이라 착각하게 한다. 산더미 같은 증거와 논리를 제시해도 거짓이 분명한 믿음을 흔들지 못할 때가 많은 이유이다.


 모든 것이 내가 , 너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기편의 관점에만 매몰되는 집단 순응 사고가 가져다주는 단기적 도파민 보상 중독을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논리와 이성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때 찾아오는 장기적 보상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P329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알아야 한다. 과학이 말해주는 팩트를 알아야 한다. 나는 몸에 좋은 걸 알면서도 브로콜리를 먹지 않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지 않는지. 그러면서도 설탕과 지방이 듬뿍 담긴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은 끊어낼 수가 없으며 먹어도 먹어도 만족스럽지 않은지. 왜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지. 왜 그렇게 연인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지, 그러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왜 변했단 소리가 절로 나오는지.


과학은 이 모든 걸 밝혀내기 위해 끝없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증명하고 있다. 가령 후생유전학이 삶에 많은 것들을 좌우한다는 걸 실험하기 위해 병정 아기 개미의 뇌에 약물을 넣어 DNA와 상호작용하는 히스톤 단백질을 변화시켰다. 놀랍게도 이 단백질 주입으로 개미는 일꾼개미로 바뀌었다. dna와 후생유전학. 그리고 미생물은 그 어떤 영역(음식이든, 기분조절이든, 공부머리든)이 되었든 빈익빈 부익부를 낳았다.


과학은 계속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전자 발현의 양에서 나타는 차이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행동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후성유전자 변경을 쓰고 읽고 지우는 효소들을 밝혀냄에 따라 이 효소를 약물의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음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어떻게 미생물을 조작해서 혜택을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수 세기에 걸친 고된 연구로 얻은 보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거만 보며 팩트를 등지지 말고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알고, 인정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정해진 운명 앞에 내가 어쩌지 못하는 문제를 붙잡고 난 의지가 없어,
혹은 넌 의지가 없어라는 아무런 해결책 없는 말 따윈 더 이상 설득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도, 그 유전자가 후성유전적으로 어떻게 프로그래밍될지도 선택한 적이 없다. 우리의 미생물 총도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뇌 또한 마찬가지다. 출생 전 환경이나 어린 시절도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다. 하물며 교육, 종교 체계도. 지금의 우리를 만든 대부분이 우리의 소관이 아니다. 이것이 자신에 대해 겸손하고, 타인에 대해 연민을 느껴야 할 이유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그 이유일 수 있을까?"

-p347



과학은 비록 우리의 자유의지를 꺾었지만, 불평등의 당연함을 가르쳐 주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해야 함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자책으로만 나를 방치하지 않을 거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되는 걸 하면 된다. 내가 없는 걸 상대는 갖고 있지만, 상대에게 없는걸 내가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팩트를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깨워 나가자. 무엇보다도 이런 불평등을 최소화할 실용적인 조치를 통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하 것이다. 특히나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이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냐, 헤엄쳐 나올 것이냐가 되어선 안된다. 헤엄쳐 나올 것이냐, 구조받을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가라앉게 두어선 안된다.


팩트를 알고 행동을 제대로 보자. dna, 후생 유전자, 미생물이 만든 꼭두각시 줄을 과학은 자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미래가 성공적 일진 알 수 없지만 과학은 단순히 '의지가 없어' 따위의 말이 아닌, 우리를 알고, 상대를 알게 되어 건강, 행복,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지, 나의 가장 좋은 상태를 어떻게 찾아갈지 방향을 알려주지 않았는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저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혹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먼저 팩트를 알고 받아들이자. 이 책이 그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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