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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말티즈 Aug 18. 2019

한없이 무거워지는 시기

 대학에 들어오고 4년. 4년이란 시간은 짧다 생각하면 짧고 길다 생각하면 길게 느껴지는 오묘한 기간이다. 5학년이라고 말하면 으레 돌아오는 반응만 해도 ‘대학교에도 5학년이 있어?’라든지, ‘4년이나 다녔어? 시간 참 빠르다.’라든지 아니면 ‘4년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지? 남은 2년도 금방 갈 거야. 이제 곧 취업전쟁이다.’라든지 천차만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4년이란 기간을 매우 짧은 기간으로만 여겨왔던 것 같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미화되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동안 그 소중한 조각들을 간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였을까?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그저 그런 일상으로 잊혀져갔다.

신이 있다면 감사해야 할 한 가지만 꼽으라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글 쓰는 취미를 꼽을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엔 모든 걸 잊고 오롯이 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인간관계, 크고 작은 다툼, 짊어진 부담, 공부에 대한 압박감, 사랑. 한국의 대학생들은 스스로를 옥죄어오는 수많은 감정들과의 전쟁 속에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맥주 한 캔 홀짝이며 글을 써왔던 것 같다. 백그라운드에 깔아놓은 조용한 음악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노라면 쌉쌀하게 넘어가는 맥주의 향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공허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었고, 다닥이는 타자 소리는 안정을 주는 ASMR로 어우러졌다.

신기하게도 힘들었던 기억들은 종이 위에 기록되는 순간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화된다. 좋은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고 했던가. 덕분에 4년이란 시간은 나에게 행복한 기억만 남아있는 짧은 기간으로 왜곡되었다. 그리고 어제 진솔한 기록들을 읽어보면서 ‘저런 고민을 했던 때도 있었구나.’, ‘어쩌면 그때의 나는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렸고 서툰 사람이었구나.’, ‘돌아보니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난 적이 없구나.’ 감회에 빠져 밤잠 설치는 감성의 밤을 선물 받았다.

그 고민의 기록들을 살펴보니 감사하게도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안도현 시인께서는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우리는 연탄재와 함께 살아간다. 가족일 수도 있고, 친한 친구일 수도 있고. 때로는 연인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고민에 걱정하는 나날이 이어질지라도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나아가는 나날들은 그런대로 버틸만하다. 지나고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고민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진지하다는 건 성숙해질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한없이 무거워지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고 휘청거릴 때 손을 내밀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온기를 받아들이자. 그들은 절대 나에게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힘들 때 떠올려주는 일. 그 사람을 지키는 일. 나도 뜨거운 사람이 되어주는 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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