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기

코타키나발루 여행기#3 바다

코타키나발루 셋째 날, 제셀톤 섬 투어

by 까칠한말티즈

두꺼운 커튼의 좁은 틈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아침을 열었다. 전날의 폭우가 무색하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코타키나발루에서의 가장 이른 아침이었다.


전날 미리 제셀톤 선착장에 들러 섬투어 예약을 해두었다. 제셀톤 투어는 현지에서 흥정하여 예약하면 좋다는 후기가 많았고, 8번, 10번 창구가 저렴하다 하여 바로 10번 창구를 찾았다. 우리는 마무틱과 사피 2개의 섬과 씨워킹과 패러세일링 2가지 액티비티,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 대여를 포함하여 일정을 계획했다. 항구 이용료(Terminal fee)를 포함하여 2인 350링깃에 합의가 되었다.


배를 타고 마무틱 섬에 도착하자 에매랄드 빛 바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이 얼마나 투명한지 멀리서도 작은 물고기들의 물결이 보였다. 그 무리에 어울려 푸른 바다를 거닐고픈 마음이 들었다. 어느새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에 뛰어든 나는 열심히 물고기를 쫓았다. 이름 모를 작은 존재들과 통하지 않는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마무틱섬의 바다.jpg


그 바람은 씨워킹을 하며 더욱 간절해졌다. 배를 타고 씨워킹 포인트에 도착하자 수심을 짐작할 수 없는 시퍼런 바닷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배 위에서 산소를 채울 때부터 산소통을 쓰고 해저로 잠수하기까지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앞섰다. 하지만 바다에 뛰어든 순간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은 오롯이 그 광경에만 집중하게 했다. 씨워킹 포인트는 지름 약 10미터 정도 되는 원형의 작은 공간이었다. 그 안에서 먹이를 주는 다이버의 곁으로 수많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몰려왔다.

씨워킹.jpg

다양한 물고기들과 말미잘, 그 사이에 빼꼼 고개를 내미는 니모까지, 나의 일상과는 다른 다채로운 일상이 해저에 펼쳐져 있었다. 작고 소중한 생명체들이 귀여운 한편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경외심이 차올랐다. 내 몸을 간질이며 스쳐 지나는 역동적인 움직임은 감동의 물결이 되어 내 마음에 닿았고, 언젠가 더 깊은 해저로 가보고 싶다는 모험심마저 불러일으켰다. 이 작은 공간에서도 벅차오르는 감정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은 해저로 나아간다면 얼마나 경이로울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짧은 씨워킹을 마무리하고 마무틱 섬으로 돌아온 우리는 간단히 컵라면과 현지 볶음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잠시 섬을 구경하는데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엔 왕도마뱀 한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기어가고 있었다.

마무틱섬 왕도마뱀.jpg

왕도마뱀을 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녀석은 느린 발걸음을 재촉하며 이내 숲 속으로 사라졌다.


곧 패러세일링 장소로 향하는 배가 출발했다. 패러세일링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보트 뒤에 낙하산을 매달아 날아오르는 프로그램이다. 씨워킹은 해저, 패러세일링은 하늘. 어찌 보면 코타키나발루의 바다를 다양하게 즐기는 셈이다.

패러세일링.jpg

처음 낙하산이 떠오를 때는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이내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다는 상쾌함이 마음을 지배했다. 푸른 바다는 그 아래서 본 광경과 너무도 달랐다. 고개를 돌리면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열심히 일하는 말레이시아의 청년들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섬들과 작은 고깃배에는 현지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같은 시공간을 향유하면서도 이 바다는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터프론트몰의 선셋.jpg

짧은 비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두 눈에 담았던 풍경을 떠올렸다. 쉬이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코타키나발루의 바다,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진 석양. 코타키나발루의 셋째 날은 보랏빛으로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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