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일 오전,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침잠이 많은 아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른 시간에 전화를 하지 않는 어머니의 전화에 혹 무슨 일이 생겼나 바로 전화를 받았다. 전쟁이라도 터진 듯 급한 어머니의 경상도 사투리는 나를 의아하게 했다.
“요새도 마라탕 자주 먹나? 마라탕 그만 시켜 무라.”
어안이 벙벙했다. 아마도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마라탕이 너무 맛있다며 다음에 같이 외식하면 먹자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듯싶다. 그런데 왜 마라탕을 먹지 말라는 걸까. 비몽사몽 한 상태로 묻는 나는 곧 폭소를 하고 말았다.
“마라탕 먹으면 후두 궤양으로 죽을 수도 있댄다.”
순수한 우리 엄니. 스피커폰으로 전환하고는 인터넷으로 마라탕에 관련된 기사를 찾아본다. 중국에서 한 20대 여성이 마라탕을 먹고 사망한 사건이 보도가 되었나 보다. 시골에서 뉴스를 통해 세상을 접하는 어머니께서는 마라탕을 좋아하는 아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까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고마운 한편, 다 큰 아들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 본인의 건강에 해가 될까 염려되어 너스레를 떤다.
“엄마, 엄마 걱정대로 살다가는 나 굶어 죽는 게 더 빠르겠다.”
그제야 웃음을 터트리신다. 아마 고등학생 때부터 타지에서 혼자 살아온 아들 걱정에 마음이 앞섰나 보다. 멀리 있어서 더 애틋한 마음. 부모님 마음속에 아직 나는 집을 떠나온 10대의 어린 모습으로 남아있으리라.
그 치마폭이 아주 싫지만은 않다. 내게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한 온기를 간직한 세상은, 여전히 어머니의 품 속이다. 멀리 있어서 더 애틋한 마음, 아들의 마음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부모님은 알까.
간단한 반찬을 만들어 한 끼 식사를 차리고는 사진을 찍는다. 전송 버튼을 누르려니 문득 궁금해진다. 받은 만큼 돌려드리지 못해 더욱 애틋한 나의 마음이 사진과 함께 전해질는지, 어쩌면 오늘도 허공에 날려 흩어지지는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