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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말티즈 Nov 26. 2023

소를 지키는 강아지

 시료 채취를 위해 농가를 방문한 우리는 강아지 두 마리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농장에 들어섰다. 혹시나 차에 치이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들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바닥에 드러누워 온갖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항상 느끼지만 소농장의 강아지들은 경비병으로는 탈락이다. 낯선 사람이 와도 그저 좋다며 살랑거리는 녀석들의 태도에 심쿵한 소도둑이 심장마비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이 작은 친구들은 소도둑을 막을 재량이 없다.


 한 마리는 치와와 믹스, 한 마리는 진돗개 믹스로 생각되는, 소위 시고르자브종 강아지였다. 유치는 빠졌지만 치아가 깨끗한 것으로 보아 나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도 잠시, 살을 에는 추위에 빨리 방역복이라도 입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방역복을 입는 내내 우리의 주위를 맴돌던 아이들은 아주머니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채혈 대상 소의 뿔에 밧줄을 묶을 때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갑자기 치와와를 닮은 아이가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대다 이내 짖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소를 친구로 생각했을까,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아주머니다. 아주머니에겐 한없이 재롱둥이인 아이가 이빨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이따금 강아지의 마음이 참 궁금할 때가 있다. 낯선 사람을 보고도 숨 넘어가도록 반가워하던 아이가 갑자기 돌변한 이유가 무얼까. 자기보다 수십 배 덩치가 큰 소 친구를 지켜주고 싶은 귀여운 마음이었던 걸까, 아니면 우리를 소도둑으로 오해하여 농장 지킴이로서의 본분을 다하려던 걸까. 


 그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동물들은 더욱 사랑스러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 동물들과 소통이 가능하면 어떨지 상상을 해본다. 뒷발을 차는 소의 마음과 주사를 찔러 미안한 나의 마음이 만나면, 겁먹은 강아지와 달래는 수의사의 마음이 만나면 서로 조금 더 편안한 일상이 되지 않을까. 마치 우리가 마음이 닿는 사람과 함께할 때 편안함을 느끼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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