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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Jun 05. 2022

오늘 꿈에는 좀비가 나왔다. 끝없는 좀비 떼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 우리는 넓은 강당에, 지하에 치열한 모습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곳에서는 의무적으로 관장약을 먹고 똥을 싸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우리는 똥을 싸러 갈 때에만 외출을 할 수 있었고 그 규칙 아래에는 성별의 구분이 없었다.

외출 기간에는 생존에 필요한 무기와 약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나는 주로 짧은 칼과 커다란 렌치를 구하고 다녔는데 중국집에 들어가 온 식당을 뒤졌는데도 칼을 구할 수 없었다.

그때 못 본 지 오래된 희철이가 여행에서 돌아와 갑자기 나타난 중국집 주인과 얘기를 나눈다. 나는 희철이를 불러보지만 나를 힐끗 보더니 심각한 얘기를 하는지 주인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일을 마치고 지하로 돌아와서 생수통 몇 개를 얻었다. 화장실에 갔더니 키 작은 금발 외국인이 화장실을 양보해준다.  낡은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초록색 바닥 타일 푸른빛의 형광등에 고개를 푹 숙이고 땀을 닦는다.

털이 짧은 한국고양이가 나타나  다리 사이에 몸을 치댄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눈을 찡그리며 편한 자세를 취한다. 고양이의 미간에 구겨진 스티커가 붙어있길래 떼어주었다.

눈을 뜬다. 양팔이 널브러져 어깨가 뻐근하다. 어제 집 앞 복권 집에서 로또 1등이 나왔는데 당첨금이 120억이 넘는단다. 어제 낮에 운동 가면서 복권집 앞에 줄 선 차들을 보며 바보들이라 흉을 봤었는데 당첨금 얘기를 듣고 '어쩐지 어제 따라 차가 더 많더라, 내심 가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며 그들의 바보 같음을 부러워하는 내 모습에 두 번의 괴리를 느낀다.


아침이 길다. 일단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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