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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Jun 16. 2022

정류장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퇴근이 좀 늦어 사람들이 별로 없는 정류장에서

고개를 내밀어 38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내 눈치를 힐끗 살피고는 나지막이 얘기한다

"저기.."

"네?"

"oo 씨가 기다린데요."

"누구요?"

"oo 씨요. oo 씨가 기다린데요."


낯설고도 익숙한 이름에 나는 눈썹을 쥐어짜며 나를 기다리는 그 이름과의 연관성을 그려본다. 내 주변에도 세네 명 정도는 있는 흔한 이름에 몇몇 얼굴을 떠올려본다.


나는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내게 컨베이어를 타고 사라지는 예능 속 인물처럼 아쉬운 미소로 몇 번의 여지를 주고서 먼저 온 버스를 타고 사라진다.

별 희한한 경우가 다 있네 하며 그 사람 참 이상한 사람이네 하며 뒤늦게 온 버스를 탔다.


뒷문의 뒷자리. 뒤의 뒤는 뭐라고 불러야할까.

타워의 불빛은 몇 초마다 깜빡이는게 정해져 있나?

쓸데없는 생각들이 언덕 아래 집들과 함께 멀어질 무렵

불현듯 알듯 말듯한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나를 아주 잘 알았던 흔한 이름을 가진 여자 아이

나는 한없이 깊었던 우리 사이와 그런 그녀를 잊고 지냈다는 사실에 놀라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일순간 몰려오는 우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

모든 것을 되돌리는 타임슬립 영화 속

옷장에서 막 걸어나온 사람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들고 아무도 없는 버스 뒤를

홱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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