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련님
한순간 감겨 있던 눈이 벌컥 떠졌다. 기이한 꿈에서 깨어난 해인은 한동안 멍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버스 안은 어느새 산만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분위기였다. 달리던 버스는 어느새 멈춰 있고 승객들이 줄지어 내리고 있었다. 해인은 창밖 너머의 비에 젖은 경주터미널을 발견했다. 버스 좌석에서 쭈그린 채 잠이 들어서였는지 온몸이 찌뿌둥했다. 해인은 재빨리 축 늘어진 몸을 일으켜 세웠고 알 수 없는 이상한 꿈에 대한 망상도 재빨리 털어버렸다.
시선을 돌리자 좀 전까지만 해도 옆 구간에 앉아 있던 노파가 보이지 않았다. 그새 가버린 걸까? 우산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잔을 주고받은 사이치고는 싱거운 작별이었다. 어느덧 대부분 승객은 모두 차에서 내렸고, 운전기사도 어디로 간 건지 버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한순간 뒤쪽에 타고 있던 젊은 남자가 미동 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에 처음 오를 때 보았던, 검은 모자 쓴 그 남자였다. 처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낯빛이 유독 창백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심한 멀미라도 앓는 사람처럼 상체가 바짝 움츠러들어 있었고 한 손으로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버스 출입문을 향해 몇 걸음 내딛던 해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슬쩍 뒤돌아보았다. 한순간 텅 비어 있는 듯한 그의 눈동자과 마주쳤다.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인지,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단순한 멀미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했다. 앞으로 나가던 해인은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괜… 찮으세요?”
가까이 가보니 땀을 얼마나 흘린 것인지 앞머리까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는 마치 큰 쇳덩어리에 짓눌리기라도 한 듯 힘들게 숨 쉬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저기, 괜찮아요?”
재차 물었지만 그녀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는 기진맥진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뭔진 모르지만 위험한 느낌이었다.
“사… 사람 불러올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해인이 헐레벌떡 뒤돌아섰다. 두 걸음 정도 빠르게 내디뎠을 때였다, 별안간 ‘턱’ 하고 그녀의 한쪽 어깨를 잡는 손이 느껴졌다.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짚고 서 있었다. 앉아 있었을 때는 조그마하게 보이던 그가 어느새 껑충한 키를 하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인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괜찮아진 거에요?”
괜찮냐는 말만 이번이 세 번째였다. 그가 답했다.
“토… 토할 것 같아.”
예상 밖의 답에 해인의 얼굴 위로 당혹스러움이 번져나갔다. 하지만 간신히 입을 연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박함이 있었다. 해인은 위태롭게 서 있던 그를 재빨리 부축해 버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밖에선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화장실로 데려다줄까요?”
그는 고개를 힘없이 내젓더니 터미널 한구석에 보이는 휴지통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온 몸이 휘둘거릴만큼 한참을 헛구역질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시원하게 게워내지 못했다. 그러고는 곧 벤치 위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지친 숨을 내뱉고 있는 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의 얼굴이 그제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10대? 아니 20대? 까만 머릿결 아래 깊은 눈매와 살짝 벌어진 도톰한 입술이 보였다. 청재킷에 검은 모자를 꾹 눌러쓴 모습은 일견 자유분방해 보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단아한 인상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병원까지 갈 상황은 아닌 듯했다. 자신이 이곳에 계속 서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해인은 터미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상가들이 좌우로 배치된 통로를 걸어갈 때였다. 한순간 뭔가 굉장히 허전하고 싸늘한 기분이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고개를 갸웃하던 해인은 문득 멈추어 섰다.
‘아! 내 가방!’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다. 헐레벌떡 버스의 플랫폼으로 달려갔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차되어 있던 버스는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급한 마음에 관리소로 달려가 버스의 행방을 물었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다음 목적지로 떠났다는 터미널 직원의 무심한 한마디뿐. 해인은 할 말을 잃고 휘청거렸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우산도 없고 돈도 없었다. 가방 안에는 지갑과 함께 짧은 여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가진 거라곤 언제 배터리가 나갈지 모르는 핸드폰 하나.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알거지 신세라니!
해인이 깊은 탄식을 터트리고 있을 때, 아까 그 남자가 다시 시야로 들어왔다. 그는 여전히 반쯤 넋 나간 얼굴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그 얼굴을 다시 보자니 왠지 부아가 올라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던 사내는 별안간 극심한 두통이라도 느끼듯 한 손으로 옆머리를 짚으며 잔뜩 상체를 웅크렸다. 그는 몇 번 숨을 크게 몰아쉬다가 통증에 지지 앓으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발걸음으로 몇 걸음을 내디뎠다.
그 모습이 너무 위태로워 시선을 떼지 못하던 중, 그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쓰러졌다. 화들짝 놀란 해인이 한달음에 달려가자, 그 광경을 유심히 바라보던 행인들은 잠시 기웃거리는 듯 하다가 곧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누군가 나섰으니 이제 자신의 몫은 아니라는 듯. 그렇게 흩어지는 행인들을 보며 해인은 잠시 난감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은 구급차가 먼저였다. 황급히 119에 연락을 취하려 할 때 쓰러져 있던 남자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머니…….”
“네?”
“오른쪽 주머니… 2번.”
“정신이 들어요?”
“2번.”
해인은 그의 메시지를 알아차렸는지 그의 재킷의 오른쪽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이 나왔다. 잠금으로 된 상태였지만 그의 지문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2번을 꾹 눌렀다. 통화대기음이 울리기 시작하고 곧 한 여성의 명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도련님? 내일 온다더니?
상대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자기 말부터 쏟아내고 있었다. 목을 가다듬은 해인이 말했다.
“저기 실례지만… 이 휴대폰 주인분이 터미널에서 쓰러지셨어요.”
-예?!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외마디가 해인의 고막을 뚫어 놓을 만큼 왕왕하게 들려왔다.
“여기 경주버스터미널이구요. 구급차 바로 부르려고 했는데, 여기 2번 누르라고 해서.”
-네네! 맞아요. 응급실 갈 일은 아니에요. 공황발작이 또 온 거 같네요. 이를 어쩌나. 내가 지금 집에 없는데! 시내 밖이라서 바로 갈 수도 없고! 죄송하지만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네?”
-그 사람 좀 집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사례비 꼭 챙겨드릴께요!
사례비. 그 한마디에 순간 두 귀가 쫑긋 일어서는 것을 느낀 해인이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갑이며 가방이며 한순간에 몽땅 사라진 마당이었다. 이 상황에서 부모님께 다시 연락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제가 최대한 빨리 갈 테니까, 집에 가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부탁 좀 드릴게요.
생각해보면 애초에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린 것도 다 이 작자 덕분인데. 사례비라도 조금 받아야 하지 않을까? 비에 젖은 채 공허한 눈빛으로 쓰러져 있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사냥꾼의 총에 맞아 하늘에서 떨어진 매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거래는 어렵지 않게 성립되었다. 해인은 온 힘을 다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휘청거리는 그의 육중한 체중이 그녀의 어깨에 실리는 순간이었다. 체격으로만 보면 이렇게 앓는 모습이 도무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택시 기사의 도움을 받아 그를 차에 태우고 휴대폰으로 전해 받은 주소를 말했다. 차는 도심을 빠져나와 잠시 한적한 지역을 달렸다.
어두운 회색과 하얀색 대리석이 교차되며 지어진 건물에 원목으로 된 커다란 출입문이 있는 모던한 주택이 서 있었다. 출입문을 넘어서자 보기 좋게 관리된 정원수와 독특한 모양의 석재들로 꾸며진 정원이 보였다. 고풍스러운 느낌과 세련된 현대미가 적절하게 조화된 듯한 정원은 한눈에 보기에도 심미안이 있는 전문가가 조경을 관리하는 집이었다. 고요한 정원을 지나 드디어 진짜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땐, 그는 의식을 거의 놓은 상태였다. 넓은 거실에 놓여진 하얀 소파 위에 무거운 쌀 포대를 털썩 내려놓듯 그를 눕혔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선선한 10월이었지만 해인의 이마에선 연거푸 땀이 흐르고 있었다.
소파 앞의 낮은 커피 테이블에는 싱싱한 감 여러 개가 보기 좋게 라탄 트레이 안에 담겨 있었다. 돌아보니 어느새 세상모르고 잠이 든 사내의 평온한 얼굴이 보였다. 해인은 배터리가 아슬아슬하게 남은 휴대폰을 열어 검색창을 띄웠다. 공황장애, 네 글자를 넣고 엔터를 치자 다양한 정보가 뜨기 시작했다. 갑자기 느껴지는 불안,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메스꺼움,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죽을 것 같은 공포……. 어떤 느낌인진 분명히 감지할 수 없지만, 오늘 곁에서 직접 본 바로는 꽤나 불쾌한 경험인 게 분명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집 안의 가구와 사소한 장식품 어느 하나도 소소해 보이는 것이 없었다. 명품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제대로 된 물건은 누가 봐도 알아보는 법이다. 잘 사는 집 도련님이 뭐가 아쉬워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일까. 동생과 작은 방을 나누어 써도 짜증만 났을 뿐 아무렇지도 않았던 자신과 대비되는 것 같았다.
문득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두 시간가량이 지나 있었다. 아까 전화한 사람이 언제 온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배가 고프다는 것이었다.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점심도 걸렀는데 배가 고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커피 테이블 위에 놓인 감의 반들거리는 주황색이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해인은 감을 하나 들고, 정원이 보이는 거실의 창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허락을 맡지 않았지만 감 하나 정도 먹는 건 이해해주지 않을까?
바닥에 앉아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감을 베어 먹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달았다. 하나를 거의 다 먹었을 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배를 채우긴 부족한 양이었다. 역시나 하나를 더 먹을까 싶어 뒤돌아봤을 때, 해인은 귀신이라도 본 듯 흠칫 어깨를 떨었다. 화들짝 놀란 그녀의 손에서 감꼭지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잠에서 일어난 사내가 어느새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다.
“맛있어?”
“네?”
“나 얼마나 잤지?”
“어… 집에 도착하고부터는 한 시간 반 정도…….”
“넌 누군데?”
그는 해인을 처음 보는 사람인 양 묻고 있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기절했다 일어난 환자를 자극할 마음은 없었다. 해인은 간단히 자초지종을 늘어놓았다.
“사례비라…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넌 왜 여기 있는데?”
“그야 사례비를 받아야…….”
“그게 아니라, 그 교복. 이름을 보니 경주 학교는 아닌 듯 하고…….”
학교명이 새겨져 있는 그녀의 교복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이 시간에 여기서 뭘 하느냔 말야.”
“저는…… 그런데 내가 그걸 왜 그쪽한테 설명해야 하는 건데요?”
“내가 궁금하니까.”
병이 깊은 사내였다. 공황장애뿐만 아니라 왕자병까지 깊어 보였다.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돈 받고 싶으면. 난 수상쩍은 사람한테 지갑 안 열어.”
그는 제법 간단하게 해인의 입을 열게 만들 작정인 모양이었다.
“수학여행 중이에요.”
“장난해? 수학여행 중에 날 여기로 데려오고, 사례비 받으려고 그러고 앉아 있다고?”
“사정이 좀 있어요.”
“말해봐. 들어줄 시간은 넉넉하니까.”
“사람…… 찾으러 왔어요.”
“사람?”
생각지 못한 답을 들은 사람처럼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동생이요. 여섯 달 전에 경주로 수학여행 갔는데, 그때 실종됐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랑 경찰들 다 동원돼서 수색했는데 못 찾았어요. “
“그래서?”
“뭐가 그래서예요. 그러니까 내가 찾으러 왔다는 거죠.”
이야기를 듣던 그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네가 찾으면 찾아진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못 찾더라도 그 애가 가봤던 곳을 둘러봐야겠어요.”
“유별나네. 사례비 어쩌고저쩌고하는 거 보니까 부모님 몰래 나온 것 같고…….”
“이상한 맘으로 온 거 아니에요. 진짜 3박 4일, 우리 학교 수학여행 일정에 맞춰서 온 거예요. 지금쯤 우리 학교 애들은 강원도에 가 있겠죠. 난 강원도 대신 경주로 온 것뿐이고.”
“하, 그래? 넌 수학여행 갈 때, 교복 입고 가냐?”
“우리 학교는 그래요. 이번에 결연 맺은 일본 학교 애들이랑 만나서 행사하기로 해서.”
앉아 있던 그가 소파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팔짱을 꼈다.
“네 말을 대충 종합하자면 학교 수학여행 기간에 너만 목적지를 달리해서 왔다는 건데…… 그게 가능해?”
“약간의 거짓말을 동원하면요. 조용히 찾아보다 갈 거예요. 그러니까 그쪽은 걱정…….”
“어, 그런 거 안 해. 내가 네 보호자도 아니고. 안 그래?”
그는 잠에서 깨어났고, 해인이 더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명백해진 듯했다. 해인은 조금 민망했지만 그럼에도 또박또박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사례비 주세요.”
“너 돈 없지?”
“이게 다 그쪽 때문이에요!”
해인이 마침내 언성을 높였다. 누구 때문에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뭘요?”
“내일도 모레도…… 거기 앉아서 감이나 먹어라. 너.”
“네?”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일까. 자기 집에서 감이나 먹으라니. 사례비를 감 몇 개로 때우겠다는 소린가? ‘이봐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밖에서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넉넉한 몸집을 가진 중년 여자 한 명이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도련님!”
여자가 그를 부르자, 그가 자리를 가볍게 털고 일어났다.
“저 이제 괜찮아요.”
“걱정했잖아요! 왜 사람 속을 그렇게 까맣게 태워요! 아니 글쎄, 내일 온다는 사람이 왜 오늘 거기 쓰러져 있었던 거예요! 올 거면 미리 연락을 하지. 그러니까 KTX를 탔어야죠. 버스는 오래 걸리잖아요.”
“괜찮아요, 지금은. 그리고 정여사님. 제발 그 ‘도련님’ 소리 좀 안 하면 안돼요?”
그가 골이 아프다는 듯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귀한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던 정여사가 문득 뒤에 서 있는 해인을 바라보았다.
“아, 혹시 그때 전화 주신 분?”
“네, 맞아요!”
해인은 자신에게 사례비를 줄 임자를 제대로 찾았다는 희망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화답했다. 그때 찬물 끼얹듯 곁에 서 있던 사내가 말했다.
“이렇게 하기로 했어요. 사례비 대신 3박 4일간 숙식 제공하겠다고.”
“네?”
두 여자가 동시에 화들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해주실 거죠?”
입술 끝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짓던 사내는 손목시계를 풀며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총총히 올라가 버렸다. 당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정여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인을 바라보았다. 그건 본인이 묻고 싶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