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여유 시간이 생겨서 내 삶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제껏 살았던 삶,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해서. 반성할 것들을 돌아보고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인 것이다. 가만히 돌아보니 지금껏 나의 삶이 너무 당장 눈 앞에 있는 것만 보고 달려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 앞에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고, 어떻게 돈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이런 선택들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때론 긴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 나가는 것이 나을때도 있으니. 하지만 충분히 숙고하고 나 스스로 그 행동의 이유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단행하려는 태도는 여러가지 부작용도 불러왔다.
첫번째 대표적인 부작용은 내가 하는 일들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일관성만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처음만 반짝하다가 결국 작심삼일로 끝난 일이 태반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어느 시점에 낭독에 관심이 생겨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나의 책낭독을 업로드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일주일 정도 열심히 낭독한 파일을 유튜브에 업로드하지만 곧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이는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느냐?
이 일이 나의 삶을 본질적으로 어떻게 바꿔줄 수 있느냐?
이 일을 통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느냐?
적어도 이런 점을 깊게 숙고해보고,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진정성 있는 답, 즉 내가 나 스스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가치가 있는 답이 나오면 그때 실행했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냥 이거다 싶으면 허겁지겁 저지르는 것보다는 말이다. 조급한 성격의 나는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러니까 책 낭독이 좋다 싶으면 낭독을 일단 꾸준히 연습해보는 것보다, 당장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꾸준히 글을 쓰며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정리하기보다 책을 내고 싶어서 안달복달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고 경제적인 이윤을 얻을 수 있는 활동으로 연결시키고 싶어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돈도 벌고 싶다라는 열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열망이 내 안의 자유롭고 말랑한 마음을 딱딱하게 고착화시키기도 했다. 내 안의 어린 아이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기보다, 네가 노는 모습을 찍어서 상품화시키겠다 라는 못난 어른의 태도로 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선택들은 다른 사람들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보고 나 역시 그렇게 하리라라는 마음으로 따라들어간거나 다름없는데, 내가 간과한 것은 그들이 그러한 결과를 금방, 뚝딱 만들어냈다고 착각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대게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과정을 거치고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넣는다. 하지만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보는 남들의 삶은 그러한 지난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빛나는 '하이라이트' 뿐이다. 오늘날 SNS에 떠다니는 모든 사람들의 삶은 광고처럼 블링블링하게 빛난다. 게다가 '이렇게 쉽습니다.', '하루만에 뚝딱 했어요.', '3일 만에 팔로워를 이만큼 만드는 법' 등의 온갖 광고가 도배가 되고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일이 얼마나 쉬워지는지는 알려주는 메세지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진다.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이 속도로 따라가지 않으면 뒤쳐질 것만 같다. 그래서 서둘러 긴 생각없이 액션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
❝ People don’t buy what you do. They buy why you do it. ❞
사람들은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왜 그것을 하는지를 산다.
-사이먼 시넥. [Start with Why]의 저자
격렬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일 수록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 앞서야 할 것은 나만의 인생관이 정리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세상 속에서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리게 될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이는 내 안의 내공이 부족해서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신의 중심가치에 단단하게 닻을 내리고 삶을 풀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 부러운 마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고 스스로 잘 준비된 분야에 온전히 집중해서, 자신의 가치를 믿고 그것을 행하면서 사는 성숙하고 단단한 사람들. 트렌드에 따라가기 바쁜 것보다 스스로의 내면세계에 시선을 두고 집중할 수 있는 사람들. 나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또 한가지 욕심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