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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난 Dec 08. 2020

지금은 전시중



12월 2일 부터 11일까지의 개인전.

그렇다. 나는 지금 갤러리에서 미술 전시회를 열고 있다. 시국이 이러한 이유로 방문객이 정말 드물다는 것이 뼈아픈 점이긴 하다. 무대와 배우가 모두 준비 되었는데, 관객이 없는 그런 상황일 것이다. 


전시회를 갤러리측과 상의해서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도 뒤늦게 든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정해진 일이었고, 대관료를 이미 어느 정도 낸 상태라서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 때 한번 물어봤어야 했는데, 결국 융통성과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한 것이였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가족과 가까운 지인 몇분이 방문을 해주셨다. 가족들로부터는 아주 냉정한 비평을 들었다. 가족이기에 할 수 있는 비평이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나... 


세상과 좀더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 비평의 골자였다. 틀린 말은 아니고, 나 역시 그런 말을 여러번 들어왔던 터라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림 속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고 세상의 눈치를 보며 거기에 맞는 무언가를 그려야 한다면... 내가 내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남게 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야말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써 직무유기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해본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이렇기에 이름 없는 작가로 남을 지도 모른다. 융통성이 없기에. 


그래도 내 딴에는 노력을 한다고 하는 건데, 그게 아직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이런 점이 약점일 수 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난 당분간 좀더 고집스럽게 내 스타일대로 그려보고 싶다. 세상과의 타협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어느정도 지키고 싶고 그림 안에서라도 내 맘대로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 무명작가라는 입지가 그런 점에서는 유일하게 좋은 점 아닐까 싶다. 관객이 없는 갤러리가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전시를 시작한 이후로 최근에 시작한 일은 소설을 읽는 일이다. 전시 시작전까지는 전시를 준비하느라고 바빴고 이런 저런 일들로 소설책을 읽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책이라면 좀더 실용적인 정보를 주는 책이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내 안에서 메마른 느낌이 들었다. 딱딱한 정보만 가득할 뿐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무언가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보자라고 생각했다. 잠시 복잡하고 계산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 들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쇼코의 미소'라는 책이다.  꽤나 흥미롭고 괜찮은 작품이라는 평을 여기저기서 들어왔는데 접할 기회가 없다가 이 기회에 펼쳐든 것이었다. 결과는 이틀만에 완독에 성공했다는 것. 나 역시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사람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세상을 이런 식으로 볼 수도 있구나 하고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스토리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난 무엇보다도 에필로그에서 작가 본인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는 것...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보고 싶은 일이다.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 다음으로는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어볼 참이다. 굉장히 유명한 소설로 알고는 있는데, 여지껏 접할 기회가 없었다. 김훈 작가의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한 것은 쇼코의 미소라는 여성작가의 섬세한 작품을 접했기에 이번에는 뭔가 강한 남성작가의 필체로 써내려간 글을 읽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 분위기가 상당히 다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기에 기대가 된다. 어렸을 때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을 정말 너무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왜 그런 건지 최근엔 책으로 스토리를 접하는 것이 좋다. 비유를 하자면... 영화나 드라마는 아주 넓은 대강당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강사의 열변을 듣는 느낌이라면, 소설은 작은 커피숍에서 지인과 마주 앉아서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뭔지 모르게 좀더 프라이빗한 느낌이 있다. 나만의 감수성으로 채워나갈 공간이 문장 사이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쨌든 사춘기 이후로 내가 소설을 읽어본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사춘기 때는 읽는 소설도 그나마 다 로맨스 관련 책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보여지려면 메인 스트림 작가가 되긴 되야하는 모양이다. 

이런 나조차 책한권 고를 때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은 작품을 골라 읽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서우 갤러리에서 전시합니다.

12월 2일~11일


전시 시간:


오후 1시부터 6시 30분



http://naver.me/GJ3xlj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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