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
올 가을은 산에 한번 못 가고 끝나나 보다.
그럼 내일 반차 낼 테니 어디라도 가자.
가을산, 정말 오랜만이라 야트막해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그 자체로 가을 정취가 제대로 났기 때문이다.
어머, 얘 좀 봐. 철도 모르고 피었네.
'참 철없네~' 해도 이 계절에 고운 분홍 꽃을 보니 눈이 흐뭇하다.
매년 그러하지만, 올해는 봄도 가을도 참 짧다.
코로나19 탓인지 제대로 그 계절을 즐기지 못해서일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여름은 길게 느껴졌는데...
예년에는 11월 중하순에 이르러서야 만추 느낌이 가득하더니
산에 올라보니 벌써 만추인 것 같다.
가지마다 잎이 죄 떨어져 바닥을 덮고 있다.
그나마 만추가 아니란 것을 느끼게 해 준 것은 이 바닥을 덮고 있던 갈잎들이다.
발밑에 드는 갈잎들의 소리가 아직은 사락거릴 뿐 바삭바삭하지 않다.
하루에 영하에서 영상까지 오가는 날씨와 바람이 있어야만 바삭하게 익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아직 만추는 아니야.
이들은 아직 밟힐 준비가 되지 않은 낙엽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지나던 길로 다시 들어섰다.
아껴뒀다가, 이달 하순에 다시 와봐야지.
그때는 기분 좋은 소리가 날 거야.
천천히 구경하며 올랐다 슬슬 내려오기까지 두 시간의 산행을 마쳤다.
오래간만에 폐부 깊숙한 곳까지 시원해지는 날이었다.
진달래가 지금에서야 꽃을 피운 일이 정말 철없는 짓일까?
내 나이 벌써 불혹을 넘겨 '소싯적'은 지나갔는데,
내 꽃은 언제 필까?
언제든, 피면 철이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