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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라는 화살

화살촉의 끝이 향하는 곳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홧김에라는 말 아래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한다. 남자 여자 친구에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홧김에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심지어 폭행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그때 너무 화가 나서 홧김에 그러니 이해하라는 말을 한다.


 '홧김에'가 용서의 말이 되는 이런 관계는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그리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한다. 홧김에 상대방을 상처 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홧김에를 반복하는 사람 주변에는 그 불길에 다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9년 연애에 '홧김에'는 없다. 그렇다고 화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받은 화, 사회생활 속에서 홧김에 욕을 하는 상사에게 당한 화를 가지고와 서로에게 그 화를 '홧김에' 쏟는 일이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 취하는 스탠스는 두 가지다. 참아 넘기거나 이야기하거나. 


 참아 넘기기

 대부분 남자들은 참아 넘기기를 많이 한다. 난 이 방법이 완전히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충분히 성숙한 인내력이 있다면). 하지만 참아 넘길 때의 마음가짐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말해봤자 해결될 건 없어서', '말해도 이해해주지 않는데 뭐하러', '괜히 싸움만 생기지'.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참아 넘기기를 할 경우 참을 일은 계속 생기고 결국 한계에 도달해 참지 못하고 '홧김에' 싸움이 일어난다. 이 경우 홧김에는 참아서 생긴다. 그리고 너무 당연하게 '화내기 전에 말을 좀 해', '왜 혼자 끙끙 앓고 있어' 단계에 들어가고, 다음부터 잘 말하기로 약속을 하고 싸움이 끝난다. 그렇게 또다시 참고 쌓이고 홧김에 싸우는 일이 반복된다. 


 이야기하기

 위의 단계에서 한 단계 진행되었거나, 대부분 여자들은 이야기하기를 많이 한다. 매일 하는 고민들, 괴물 같은 상사, 야근과 숨 쉴 수 없는 많은 업무량 등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비슷한 패턴으로 꼰대식 대답 '나는 더 심했었어 그냥 참어', '넌 너무 예민해'등을 날리고,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여자 친구(남자 친구)를 보게 될 것이다.


 홧김에는 어쩌면 스스로 받은 스트레스에 대한 처리가 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홧김에 가 없을까? 


 최근 업무 성수기에 신규 채용까지 상사의 업무 몰아주기에 여자 친구가 너무 힘이 들어 집으로 오는 길에 전화를 했다. 사실 목소리만 들어봐도 뭔가 일이 있었던 게 눈에 훤히 보인다. '무슨 일 있어?', '그래서?', '진짜?', '말도 안 돼', '그래서 어떻게 했어?', '너무 힘들었겠다. 내가 가서 한마디 해줄까?', '아우, 짜증 많이 났겠다. 오늘은 맛있는 거 해줄게 기다려봐' 그날 밖에서 받은 화를 듣고, 같은 눈으로 같은 감정으로 문제를 바라봐준다.


 그리고 따뜻한 집밥이 생각나는 된장찌개를 끓인다. 구운 김에 밥을 싸서 하나 먹여주고 감자를 갈아 넣은 뜨끈한 된장찌개 한 숟갈을 먹는다. 작을 수도 클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들어준다. 밥을 다 먹는 동안 이야기는 계속된다. 내 얼굴도 지쳐 보였는지 여자 친구는 이야기를 멈추고 고마운 눈빛을 보낸다. 이렇게 업무가 끝난 우리 둘의 저녁 식사가 끝난다. 그러곤 이제 습관이 된 내 어깨에 기댄다. 


 우리에게 '홧김에'가 없는 이유는 관계에 대한 기본을 지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서로에게 화를 내고 상처를 줄 권리는 없다. 솔직하고 배려하는 이야기와 들어주기, 그리고 지치고 힘들지 않도록 해주는 것, 이렇게 서로 노력을 한다면 홧김에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다툼의 해결로 제시되는 대화. 하지만 그 대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봤을까? 편하다고 애인이니까 더 심한 말을 쉽게 하진 않았을까? 홧김에라는 말이 어디서도 변명이 돼서는 안 되지만, 가장 홧김에라는 말이 변명이 돼서는 안 되는 관계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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