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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보도록 강요하지 마세요

 9년의 연애 싸움이 없는 커플에 대해 글을 쓰고부터 하루 걸러 그 이유에 대해 우리는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 거창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우리가 사는데 기준이 되는 소소한 행동들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서로가 원하는 크고 작은 꿈들이다.


9년 연애 싸움이 없는 커플은 언제나 꿈과 함께


 요즘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항상 우리와 같이 하는 예능이 있다. 바로 스페인 하숙이다. '아직 스페인어 할 수 있을 때 빨리 나가자.', '우리 둘이라면 진짜 맛있는 요리에 좋은 커피까지 알베르게(예능에서 나온 게스트하우스)를 더 잘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나는 컴퓨터를 배워서 알베르게 운영이랑 1인 개발자를 같이 하겠어.' 서로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을 다 먹고 꿈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싸움이 없는 우리 커플에겐 언제나 꿈이 있다. 대학 때는 국제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아 NGO 활동을 같이 했다. 그리고 여자 친구는 중앙아시아에 나는 남미에 서로 전공을 살려 개발협력을 하고 왔다. 그리고 같은 공직에 들어갔고 지금은 해외의 삶을 꿈꾼다. 꿈은 계속 바뀌었지만 언제나 서로의 꿈을 공유했고 꿈을 키워나갔다.



사랑은 평생 같은 곳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일까?


 혹자는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운이 좋게도 평생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면 행운이겠지만, 100년의 삶을 사는데 언제나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의 큰 목표부터 아주 소소한 행복의 꿈까지 사실 그 어떤 곳에서도 서로를 강제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싸우지 않는 이유다.


 인생의 큰 꿈 

 '핑핑아 나 그만둘게.'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어느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이야기였다. 여자 친구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 폭탄 발언을 했다. 내가 이 곳을 들어오기를 얼마나 바랐고, 해외진출을 얼마나 찬양해 왔는지 잘 알고 있던 여자 친구는 더 큰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사람 때문에 그만둔다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나약해 보였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하고 집요하게 다른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지 첫 사회생활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나는 나를 사랑하기보다 자살을 꿈꿨고, 그리고 도망가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20대 후반 결혼을 미루면서까지 여자 친구는 내 사직을 믿어줬다. 

 여자 친구는 직업, 결혼, 그리고 미래라는 인생 전체를 건 도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믿어줬다. 내 직업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과 그 사람의 능력을 믿어줬다. 그리고 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공무원이라는 꿈을 갖고 설계해나갔다. 그리고 나는 여자 친구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초시에 공시를 합격했다. 

 인생에 각자의 큰 꿈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반대만 한다면 싸움이 생길 뿐이다.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라면, 객관적이게 서로를 판단해서 현명한 길을 제시해주자.


 *지금 물어보니 여자 친구는 이렇게 대답하더라. '도박일 수도 있는데,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오빠는 바로 합격할 줄 알았어.' 어쩌면 여자 친구에게는 존버만 하면 오를 안전코인이었었나 보다. 

 

 소소한 행복의 꿈

 업무가 끝나고 보는 멜로드라마 한 편. 게임 한판.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행동들이 커플에겐 싸움이 되곤 한다. 게임만 한다고, 드라마만 본다고 서로 싸운다. 몇몇 해결책들을 보면 게임하는 남자 친구를 따라 억지로 게임을 하라고 하거나,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드라마를 같이 봐서 대화거리를 만들라고 제시한다. 

 결국 연애의 주도권을 지닌 한 사람의 취미를 따라 하게 된다면, 따라가는 한 사람은 평생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며 살아가야 한다. 물론 서로의 취미를 알아가고 서로 같이 즐긴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취미를 억지로 같이하는 건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식사시간같이 함께하는 시간에 서로 같이 좋아하는 예능프로를 본다. 그리고 뒷정리를 같이하고(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같이 하는 것이다) 씻고 예뻐(기초화장품)를 바른다. 그 뒤부터는 각자의 시간이다. 나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꾸미기도 한다. 여자 친구는 TV를 보기도 하고, SNS를 하기도 한다. 자기 전까지 각자가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게임에 대해 궁금해하면 대답을 해주고, SNS에 글이 궁금하면 물어보기도 한다. 이렇게 각자의 소소한 꿈들을 서로 존중해준다. 같은 공간에 서로 기대서 다른 취미를 해도 서로의 따뜻함을 느낀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생텍쥐페리-

가 아니라 서로가 바라보는 것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핑핑이는애용하고울지-


 싸우지 않는 것은 어쩌면 참 쉬운 일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것 이 작은 마음 하나로 싸움은 충분히 사라질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커플들이 싸우지 않는 그날까지 난 존중할 것이다.


*만약 소소한 꿈을 행하는 데 있어서, 서로 같이해야 할 집안일을 안 했다? 그러면 취미도 뭐도 없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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