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웅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웅 May 10. 2020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합니다.

쿨쿨 잠을 자다가 문뜩 깨어났는데 방금 꾼 꿈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날 때가 있다. 그럴 때 그 꿈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기묘하기도 해서 메모장을 켜고 꿈을 기록한다. 언젠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소재로 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만화경 같은 꿈이 현실 세계의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티클만큼이라도 해석해보고 싶어서다.

나는 며칠 전 리디북스의 지금 많이 읽는 도서 순위에 <달러구트의  백화점> 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리뷰를 보니 아직 완독을 하기도 전에 책이 너무 좋아서 리뷰 먼저 남긴다는 글이 세 개나 달려있었다.(보통 이런 댓글이 달리는 책은 실패할 확률이 낮다.) 마침 1900원에 대여할 수 있는 밤도둑 이벤트 도서라 망설임 없이 그 책을 대여했고 나는 정확히 한 시간 뒤에 그들과 똑같은 평을 남겼다. (이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선 리뷰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멋진 소설을 만났다. 잠이  오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읽어보세요! 아직  읽지 못했지만 중간 평점 먼저 남깁니다!”

나는 어렸을 적 해리포터 마니아였다. 중학생 때 자전거를 타다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나오자마자 어머니에게 이렇게 물었다. 해리포터 4권 즘 사 와줄래요? 당시 해리포터 시리즈의 신간이 나오면 나오자마자 동이 나는 책이었고 서점에 몇 시간씩 줄을 서야 구매할 수 있었다. 병원 생활의 지루함에 후속권에 대한 팬픽을 쓰며 기다릴 정도였는데 (헤르미온느가 해리포터와 사귀는 방향으로...;;) 당시 나는 꼭 해리포터와 같은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을 정도였다.

상상력이 과한 내가 지나치게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 승강장은 마치 완벽한 세상으로 접속하는 차원의 문과 같았다. 멋진 세계를 묘사한 소설들은 책을 펴는 순간 독자를 세상 속에 참여시켜 설레는 경험을 제공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어떤 세계에 도달하는데 거창한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좋은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만으로도 우리는 영화를 압도하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소개하려고 쓴 글인데 사족이 길었다. 달러쿠트 꿈 백화점은 나에게 호그와트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환상의 세계를 선물했다. 베스트셀러를 늦게 읽는 버릇이 있어 항상 인기 있는 도서를 나중에 읽고 뒤늦게 리뷰를 하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번에 나온 신간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만큼은 꼭 먼저 소개하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한다.

책의 시작은 페니라는 취준생이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준비하는 장면에 시작한다. 그런데 이곳! 배경이 뭔가 이상하다. 수면 상품을 사고파는 대도시에 꿈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또 꿈을 사기 위해 외지인들이 방문한다. 꿈 백화점이 있는 이 세계의 느낌은 18세기 유럽의 대도시가 떠오르는데 이곳에 방문하는 외지인들은 실제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표지 문구인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말처럼 현실 속의 우리가 잠들어야만 이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외지인들은 잠에서 깨어나면 꿈속의 세계를 기억할 수 없다.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꿈의 세계는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배경인데 아직 명칭이 없기 때문에 편의상 드림랜드라고 부르겠다. 작가님이 후속작을 쓰고 계시다고 하니 분명 좋은 명칭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패니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꼭 입사하고 싶었다. 좋은 연봉, 사려 깊은 복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화점의 사장인 달러구트와 함께 일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혈통은 이곳 드림랜드가 만들어지는 것에 깊이 관여한 유서 깊은 가문이었다. 페니는 꿈 백화점에 지원하는 입사 지원서에 “아무리 좋아봐야 꿈은 꿈일 뿐이다”라는 도발적인 구절을 써서 제출했다. 꿈을 파는 백화점에서 꿈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니 이건 마치 서점에 취업하려는데 책이 아무리 좋아봐야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발언한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 당찬 발언은 달러구트의 시선을 끌어 1차 서류 합격을 하고 면접을 보게 된다. (역시 지원 서류나 면접은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한 포인트가 필요하다!)

달러구트 : 페니 양이 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생각을 자유롭게 듣고 싶군

페니 : 그러니까... 꿈이란 현실에서 체험하지 못한 것들을 체험하고.... 꿈은 불가능한 일의 대체재로써...

대답을 이어가던 페니는 달러구트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저런 천편일률적인 답변을 해왔던 것이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페니는 까딱하면 자신이 불합격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잠들어있는 시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황급히 쏟아낸다.

“저는 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려요. ‘사람은 왜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은 불안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앞만 보고 사는 사람이든, 과거에만 연연하는 사람이든, 누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신은 잠든 시간을 통해 그들을 돕게 한 거예요. 왜, 푹 자는 것만으로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든, 여기 이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꿈을 꾸든,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이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아리송했던 달러구트 표정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고 페니는 결국 꿈에 그리던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입사를 합니다. 입사 첫째 날 페니가 일하고 싶은 분야를 결정하기 위해 각각의 층을 견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드림랜드는 어떤 곳?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외부 손님들에게 꿈을 후불로 판매한다. 대금은 꿈을 꾸고 난 후 일어났을 때 느끼는 감정의 일부를 지불 받는데 이렇게 모은 감정들은 드림랜드의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호 식품으로 쓰인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드림랜드에서 가장 명망 높은 곳으로 수많은 손님이 꿈을 사 가고 또 많은 꿈 제작자들이 자신이 만든 꿈을 팔고 가는 곳이다. 이 백화점은 총 5층이다. 1층은 특별한 손님이 예약 주문한 꿈이나 유명한 꿈 제작자들의 한정판 꿈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2층은 ‘평범한 일상’ 코너다 여행이나 친구는 만나는 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는 꿈 등을 판매한다. 3층은 획기적이고 액티비티한 꿈을 판매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하거나 끝내주는 절벽을 오르며 절경을 즐기는 꿈 들이다. 4층은 낮잠용 꿈을 판매하는 곳이다. 온종일 잠만 자는 아기와 얕은 잠을 많이 자는 동물들이 손님으로 온다. 주인과 산책하는 꿈, 엄마의 품 속에 안겨 있는 꿈 등 아기자기한 꿈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마지막 5층은 1~4층에서 남은 꿈들을 할인해서 파는 재고 처리를 하는 층이다.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예약한 꿈을 찾지 않아 주인을 잃은 꿈들이 모여있다. 아주 품질 좋은 고급 꿈들이 간간이 섞여있지만 대부분 흑백으로 바랜 꿈들이다.

유쾌하고 사려 깊은 1층의 웨더 아주머니, 깔끔하고 철저한 2층의 비고 마이어스, 언제나 생기는 푼수가 과한 3층의 모그베리 말도 행동도 정신없이 빠른 4층의 스피도 기가 막힌 장사 수완을 보여주는 5층의 모태일 그리고 꿈의 세계에서 중심추 역할을 하는 현명한 달러구트가 바로 이 백화점의 직원들이다.

드림랜드에는 은행이 있는데 돈만 주고받는 일반적인 은행이 아니다. 성취감과 자신감 그리고 설렘 등의 감정에 시세를 붙여 사고팔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식의 시세를 볼 수 있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실시간으로 이들 감정이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들 감정은 드림랜드의 주민들이 스스로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상쾌함, 진정, 설렘, 자신감 같은 감정들을 빵이나 음료 또는 향수 등으로 사용하며 그들의 감정 상태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니콜라스는 놋쇠 벨트로 여미고 있던 두툼한 양털 점퍼 안쪽에 깊숙이 손을 넣어 큼지막한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검은 액체가 들어 있는 그 유리병은, 만년 설산에 파묻혀 있기라도 했던 듯 살얼음이 잔뜩 끼어 있었다. 세 사람은 검붉고 탄산이 톡톡 터지는 신기한 음료를 나누어 마셨다. 병에는 ‘상쾌함 17% 함유’라고 적혀 있었다. 한 모금 들이켜자 목구멍이 따끔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입안 가득 상쾌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치 새벽 공기를 엄청나게 응축해서 가득 머금은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이 표현을 읽으며 정말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 마치 그 음료의 맛이 상상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사이다나 슈팅스타 같은 맛이 나다가 상쾌한 기분에서 솔의 눈이라는 음료가 떠오르며 내 기분도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솔의 눈을 안다면 당신은 아마도 시니어....)

드림랜드에는 유명한 꿈 제작자들이 있다. 이들은 각자 스승이 있거나 꿈 제작자를 양성하는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며 각자의 분야에 풍부함 감정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꿈을 제작하는 야수누즈 오트라
 - 내가 괴롭혔던 사람으로 한 달 살아보는 꿈
끝내주는 모험을 선사하는 꿈을 만드는 킥 슬럼버
 - 절벽 위에서 독수리가 되어 날아가는 꿈
아름다운 배경이나 자연환경의 꿈을 만드는 와와 슬립랜드
 - 살아 있는 열대우림
매년 크리스마스에만 선물 같은 꿈을 제작하는 니콜라스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몽을 제작하는 아가냅 코코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공포 꿈을 제작하는 막심
주인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위한 꿈을 제작하는 애니모라 반쵸

이들이 만드는 꿈만 보아도 우리 평상시 꿈꿀 수 있는 온갖 주제의 꿈들이 흥미로운 카테고리들로 분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림랜드와 현실 세계는 어떻게 이어지는가?
페니가 달러구트에게 드림랜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다양한 지식을 배우는 이야기와 더불어 꿈 백화점에 특별한 사연을 가진 현실 세계의 손님이 방문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여기서 독자는 페니에게 몰입하여 드림랜드에서의 모험을 이어가면서도 현실 세계의 손님들이 백화점에 방문할 때마다 쏟아 놓는 그들의 사연에 빠져들어 공감하고 마음을 쓰게 한다. 연애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두 남녀와 꿈에서 영감을 찾고 싶어 하는 젊은 아티스트 그리고 손자에게 자신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은 할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품고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방문한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현실 세계의 손님들은 달러구트가 직접 꿈을 제안해 주거나 처방해 주는데 우리는 그를 보조하는 페니의 눈을 통해 꿈이 현실 세계의 사람들을 치유하는 모습 보며 함께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꿈이라는 소재는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꿈을 다룬다. 보통은 스릴러물에서 예지몽이나 루시드 드림을 다루기도 하고 프랑스의 유명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잠이라는 책을 통해 꿈을 상세히 다루는데 그는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현실에 가까운 SF로 풀어냈다. 반면 이 책은 꿈이 만들어지고 꿈을 사고파는 드림랜드의 세계관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성숙한 판타지로 다룬 것이 특징이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지금까지 아무 의미도 없었던 혹은 너무 많이 자버려서 아깝게만 생각했던 시간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해준 책이다. 꿈은 현실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의 격동을 잠재우고 미래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꿔 다시 현실을 용기내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읽는 내내 흥미로워 잠을 자고 싶지 않지만 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읽다 보면 눈꺼풀이 슬슬 무거워지는 묘한 힘이 있다. 아마도 책을 다 읽어갈 때 쯤이면 얼른 잠들어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꿈을 사러 가고 싶다는 욕망이 분명 들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하품을 다섯 번이나 할 정도이니 정말 기분 좋게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만 잠을 자러 가야겠다. 그리고 꿈 백화점에 방문한다면 이런 꿈을 주문하려고 한다.

안녕하세요 페니 씨 “아주 맛있는 커피가 있는 멋진 도서관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꿈”을 찾아주시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밀레니얼 세대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