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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sum Mar 22. 2024

유목하지 않는 사람들

Gorkhi-terelj national park, MONGOLIA

말을 타던 몽골 어린이들이 들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줬다


유목민에게 가장 모욕적인 언사는 ‘평생 여기서 살아’라고 한다. 그들에게 정착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삶은 단출하다. 목초지를 찾아 유랑해야 하는 그들에게 쓸모없는 세간이란 없다. 죽음도 자연스럽다. 몽골의 전통적인 장례는 풍장. 시신을 실은 수레를 가축에 묶어 멀리 보내는데, 포장되지 않은 길을 한참 달리다가 가축이 시신을 떨군 자리가 무덤이 된다. 멋진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지혜롭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유목하지 않는다. 대부분 울란바토르에 모여 산다. 자본주의와 상업화의 영향이 크겠지만, 사막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곳이 그들의 무덤일까. 자이승 승전탑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며, 이 도시에 숲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희망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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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khi-terelj national park, MONGOLIA,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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