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입시전쟁 2018.1.18
막내가 시험을 보았다. 고3. 입시전쟁을 통과한 것이다.
공부를 좋아하고 곧 잘 하는 녀석이나 입시의 문턱은 높았다.
소중한 시기, 10대를 지나는데 입시 준비에만 올인하게 할 수는 없던 터.
자유롭게 꿈을 좇기를 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입시에 최적화된 학교와 숨 쉴 틈조차 찾기 어려운 학교생활.
더 큰 꿈을 위해 잠시만 '참으라'는 압력이 3년 내 계속되었다.
"야자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이대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
어느 날 엉엉 울며 딸아이가 고백했다.
머릿속에 알람이 울렸다.
"그만 두자."
학교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지 야자만 그만하기로 하였다.
"그래도 내 또래의 아이들이 모두 겪는 일들, 나도 같이 통과할래."
기특한 딸아이의 고백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 그래야 친구들을 이해하지."
결국 해냈고, 통과했다. 비록 입시엔 실패했지만...
"엄마, 나만큼 공부하는 거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까? 그런데 대학들이 나를 못 알아보네?"
우린 깔깔대며 웃었다.
"맞다. 인재를 원하지 않고, 인재를 찾아내는 방법도 모르는 학교들. 우리도 필요 없지?"
위로차 한 말이 아니었다. 대학생 언니의 책을 언니보다 먼저 읽어 내는 아이. 거실 가득 꽂힌 아빠의 책들을 보며 기뻐 깡총 뛰던 아이. 살벌한 입시철에조차 학교 파하면 먼저 도서관으로 달려가 한 시간 책 읽고 입시 준비하던 아이.
어느 날 아이는 내게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했다.
"딸딸 딸 외운 한 줄 문장이 도서관으로 가면 살아서 움직여. 그 한 문장을 책으로 보면 사람들이 보이지. 삶이 있고, 역사가 있어. 요약된 한 줄 문장엔 생명이 없어.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
수능 100일 전,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향하던 딸아이의 고백이었다.
"그래, 옳다. 네가 맞아."
학교 선택도 꼼꼼히 전공 찾아 교수 찾아 고르고 골라 지원했다.
대충 성적 맞춰 원하지 않는 학과에 가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다고 1년을 더 입시를 위해 '허비'하고 싶지도 않다고 한다.
인생의 배움이야 다양한 각도에서 주어지나 아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재수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한 몇 년 쉬면서 공부하고, 원하는 일을 찾아 나서도 좋다.
옴짝달싹 할 수 없던 선택, 수능을 통과한 것만도 기특하다.
지금은 잠시 해방된 기쁨을 만끽할 때. 곧 다시 선택의 기로에서 신중함을 요구받을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자라고, 자기 힘을 키워간다.
한 없이 고맙고 감사하다.